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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질환 관리, 일차의료 교육상담 강화하고 급여 확대…의사들 참여에 성패 달려

    전담간호사 등 '케어코디네이터' 교육상담 참여…일차의료기관에서 채용·교육 고려해야

    환자 질환 관리를 분명한 목표로 설정해야…일차의료 역할 자체의 재정립도 필요

    기사입력시간 2018-06-27 06:11
    최종업데이트 2018-06-27 21:29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지역의사회에서 만성질환 환자를 등록 받으면 의사나 '케어 코디네이터'가 환자의 영양, 운동 등을 교육·상담하고 별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지역의사회와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책의 성패에 달려있다며 의료계와 파트너십을 갖고 참여를 활성화할 인센티브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보건복지부와 5개 기관은 26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추진단을 출범한데 이어 각 전문가들로 구성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흩어져왔던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고 국민 10명 중 4명인 1500만명이 앓고 있고, 건강보험 재정의 3분의 1인 25조원을 쓰는 만성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보자고 했다.

    정부는 2007년 고혈압 당뇨병 등록 관리사업, 2012년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2014년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2016년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사업, 일차의료 역량 강화와 급여 확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 사업 모델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동시에 열린 만성질환관리 포럼 주제발표에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발표자료PDF)는 “올해 지역사회 일차의료와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을 우선적으로 통합하고, 건강생활지원센터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며 “올해 말부터 내년부터는 본인부담 감면 확대 등 의원급 만성질환 관리제를 추가로 통합한다. 내년부터는 고혈압·당뇨병 등록 관리사업을 통합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등록하면 이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케어플랜과 의사나 케어 코디네이터(전담 간호사 등)를 통한 교육상담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진료지침, 서비스 매뉴얼, 교육 콘텐츠 보건소 연계 서비스 등을 확산한다. 기존 사업과 대비해 심층 상담이나 교육과 연동한 케어플랜을 강화하고 환자 관리를 위한 케어 코디네이터 도입이 다른 부분이다.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표준 모형. 자료=조비룡 교수 발표슬라이드 

    기존 수가는 케어플랜(6만5800원), 교육상담료(8회, 5만2200원), 비대면관리(2만7300원*12개월=32만7600원), 전화상담 월 2회 등 환자 1인당 41만7420원이었다. 이번 통합 모델에서는 케어플랜과 교육상담료를 기반으로 하되, 환자관리료를 신설한다.
     
    조 교수는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일차의료에서 만성기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한 수가를 통과한 수가와 지역사회 중심의 일차의료, 만성 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 우선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일단 일차의료의 제도 변화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성질환관리 수가를 우선적으로 통합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의원의 역량이 강화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케어플랜을 잘하는 케어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무게를 뒀다. 조 교수는 “의사는 진료실에서 바쁘고 교육을 제대로 담당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케어 코디네이터라는 직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맞춤형 교육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환자가 이해할 수 있고 운동, 영양 등 생활습관을 따를 수 있는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라며 “지금까지 잘한 정책과 못한 정책을 보완해 국민 의료를 강화하고 제도적인 지원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도 “만성질환 관리를 잘 하려면 일차의료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일차의료의 역량 강화와 급여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일차의료의 역량을 강화하고 급여 확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의사의 질을 올려야 한다고 답했고 의협의 임원들은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고가의 검사나 시술에 대해서는 높은 건강보험 수가를 매기고 동네의원에서 환자를 진찰하고 교육하고 관리하는 수가는 낮거나 없는 실정이었다. 대형병원이 독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동네의원의 질을 올리면서 급여를 확대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여확대는 단순히 일차의료 수가를 올리거나 검사료, 진찰료 등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일차의료를 강화하거나 환자를 관리하는 등 새로운 수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포함한다”라고 했다.
     
    대형병원의 경증 환자는 일차의료에서 환자를 관리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환자를 적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형병원에 경증 환자가 가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에 갔을 때 더 높은 진료비를 부담하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만성질환관리를 잘하는 것이 일차의료기관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상적인 일차의료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다양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왕진을 한다거나 의사가 약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과 협력하면서 질병 예방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활동을 당장 할 수 없더라도 일차의료 방향성을 위한 첫 단추가 만성질환 관리라고 했다. 김 교수는 “지역 거버넌스의 핵심은 일차의료의 질을 어떻게 올릴 것인지가 관건이다. 진료 경험과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어려운 환자들이 있다면 전문가가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하는 정책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의료인이 기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협력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보건의료 시스템이 협력적인 형태로 제도화된다면 조금 더 서로간의 갈등을 줄이고 이상적인 정책을 펼 수 있다”고 했다.
     
    지역의사회 참여가 관건, 케어 코디네이터 채용 등 인센티브 마련해야
     
    이날 포럼의 토론패널로 참석한 의료계 참석자들은 지역의사회 참여가 만성질환 관리의 성패를 가른다며 적극적인 보상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 교육·상담을 위한 케어코디네이터 채용과 교육이 불투명한 만큼 여기에 따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협 김정하 의무이사 등 의료계는 의사들의 참여를 위한 파트너십 구축과 인센티브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협 김정하 의무이사는 “만성질환 시범사업이 여러가지가 있다 보니 환자들도 제대로 모르고 의사들도 시범사업을 하고 싶어도 제한적이었다. 정부가 이제라도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추진단을 만들어 모든 사업을 통합하고 하나로 운영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된 모형을 만들려면 보다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기존의 시범사업은 의사들의 참여가 많이 부족했지만, 향후에 만들어지는 모형에서는 이들의 참여에 의해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의원급 의료기관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정부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추진단을 위해 오래 기간 준비를 했다. 의협에 이를 미리 알려주고 적극적으로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치 일차 의료기관이 중심이 아니라는 불필요한 오해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국민 건강이 향상되려면 의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해야 한다. 이들에게 유인책이나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만성질환 관리 통합을 통해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조현호 의무이사 역시 일차의료기관이 만성질환 관리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이사는 “2014년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개원내과의사회가 깊은 고민을 했다. 답은 상당히 간단한데, 제도 모형을 만들어서 환자들이 충분히 참여하면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조 이사는 “지자체,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차원에서도 만성질환 관리에 접근했지만 정책적인 범위 대상이 너무 적다. 참여하는 비중이 전체 환자의 1~2%밖에 안됐다”라며 “그러다 보니 모형이 부족했고, 의사가 환자들을 설득하면서 가는 시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계와 파트너십을 구축을 해야 한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충분한 재정 투입을 해야 한다”라며 “만성질환 관리의 시행은 너무 어렵다. 시행을 제대로 하겠다는 목표를 추가해야 하며, 시행이 제대로 되려면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는 “케어 코디네이터는 일차 의료기관에서 소수의 간호인력을 데리고 해야 한다. 그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환자를 많이 등록하는 곳 등) 환자 쏠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노원구의사회 조문숙 회장은 노원구에서 60개 기관이 6개월동안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나눴다. 조 회장은 “10~30대 고혈압 당뇨병은 최근에 굉장히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케어플랜은 간호사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우석대 간호학과 박진희 교수는 “지역의사회에 있는 의사들의 헌신적이고 필수적인 역할을 기반으로 한 만성질환 관리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라며 "지역의사회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가 등의 보상체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차의료가 대대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당뇨병·고혈압 관리 목표로 교육 기능 강화해야 
     
    학회에서 참여한 전문가들은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들을 배려하고 질환 관리의 목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한고혈압학회 편욱범 기획이사(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는 실제 잘 짜여진 계획을 갖고 유지가 된다면 좋은 사업이다. 다만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는 병원에 오고 있는 사람에만 집중하고 있다. 환자의 3분의 1인 고혈압인지 모르고 있다. 인지율과 치료율은 5~10%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그냥 누락이 된다”로 지적했다.
     
    편 이사는 “정부와 지역사회, 의사회, 학회 등이 만성질환 관리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디같이 공통적인 목표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관리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공통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 보험법제위원회 유옥현 위원(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은 다른 질환에 비해 매우 낮으며 관리율이 23%밖에 안된다"며 조절율 목표를 반영할 것을 건의했다.
     
    유 위원은 “당뇨병이 좋은 약이 매우 많이 나왔지만, 약물 치료만이 아니라 식사, 운동 등의 교육이 당뇨병 관리의 성패를 좌우한다”라며 “실제 환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와 케어 코디네이터인 전담간호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유 위원은 “개원의들의 요구와 환자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교육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한다. 실제들의 환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도 판단해야 한다”라고 했다. 유 위원은 “혈당 측정은 통증도 따르고, 혈당 스트립이 생각보다 고가다"라며 "환자 측면에서의 인센티브가 적절히 제공돼야 만성질환 관리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역량을 갖춘 간호사들이 많지 않다. 이런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간호인력과 이들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할지가 정책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 아닌 더 큰 역할 고민할 때
     
    일차의료가 만성질환 관리에서 벗어나 환자 중심의 보다 큰 틀에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일차의료학회 고병수 회장은 “개원의 중에서 혼자 개원하는 비율이 80~85%에 이른다. 만성질환을 설명할 수 있는 마땅한 시간이 없고 간호사를 추가로 고용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시범사업에서 교육상담을 위한 충분한 인센티브나 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고 회장은 “일차의료는 만성질환 외에도 노인의료나 커뮤니티케어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 만성질환 관리 문제를 합의를 하더라도 큰 그림을 그리면서 갈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를 넘어서 일차의료가 커뮤니티 케어 등의 전반을 담아야 한다. 국민들의 관심을 어떻게 담고 이를 계획으로 세울지에 대한 고민과 과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이순영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는 한쪽은 의료기관 내에서, 한쪽은 지역 내에서 두 개가 같은 비중으로 지원체계가 이뤄져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라며 “질병에 대한 교육은 물론 영양, 운동 등 섬세한 부분의 교육이 실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역의사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임상가이드라인이다. 이를 통해 심뇌혈관이나 뇌졸중 등까지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회장은 “환자들도 만성질환 관리 등의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환자가 다른 환자를 위한 교육에 참여하거나 환자 가족들이 질병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발제자 조비룡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일차의료 상황을 고려해 만성질환 관리가 가능하도록 구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만성질환관리 추진단 발족으로 일차의료와 관련된 전문가나 당사자들에게 공론의 장을 열었다”라며 “이제부터 논의할 과제를 만드는 단계가 될 것이다. 다만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