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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3개월만에 전과자가 된 이비인후과 전공의...의료에 의한 형사처벌 세계 최고 수준

    [칼럼] 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기사입력시간 2022-07-11 07:02
    최종업데이트 2022-07-11 07: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후두개염은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태로 대부분의 잘못된 사망 사례는 성인에서 적절한 처치를 놓치는 데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도 진료 대기 중 2시간 만에 사망한 경우나 응급실에서 일단 귀가 조치 후 하루 만에 사망한 이유로 수십억원대 합의금으로 조정된 사례들이 있다. 후두개염의 갖는 함정에 걸려든 것이다. 

    이번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이의를 제기한 이비인후과 전공의에 대한 판결은 2016년 이비인후과 심야 당직 중에 발생한 사고로, 당시 경력 3개월차 당직 전공의는 이비인후과 외래에서 후두경 검사로 급성 후두개염으로 진단했다. 응급실로 돌아가던 환자는 호흡곤란 증세로 사망했다.

    법원은 응급실 이동에 동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공의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사처벌의 판결을 내렸다. 전공의 과정 시작과 더불어 의료 형사범죄화에 의해 전과자가 된 셈이다. 경력 3개월차 전공의는 상급 전문의의나 전문의를 호출했어도 시간적 여유나 자신의 능력으로 기관삽관이나 응급기관절개술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의료로 인해 의사에게 과도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된 우리나라는 의료에 대한 형사처벌이 한국 의료제도의 특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말해 의료로 의한 형사처벌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인다. 이는 과실 여부의 판단을 신뢰할 만한 전문직 집단의 의학적 판단이 아닌 법원에 의한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소송이 시작한 것은 의료가 기본권으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2차 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다. 영국도 비슷한 시기에 국민보건서비스 NHS(National Health Service)가 확립된 이후에 의료소송의 사회적 현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 과실의 판단에 지금도 최적 기준(gold standard)으로 간주되는 보람테스트(Bolam Test)가 있다. 1954년 만성우울증 환자인 보람(Bolam)이 전기소크요법을 받았으나 심각한 전신발작으로 양측 관골구(acetabulum)골절상이 발생했다. 그는 전기소크 요법에 근육이완제, 마취 그리고 사전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병원을 고소했다.

    판사 맥네어(McNair)는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집단에게 의견을 구했다. 일부는 마취와 사전 근육이완제 투여를 옹호했으나 일부는 오히려 이 약이 환자에게 더 위험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판사 맥네어는 환자와 의사 사이 돌봄의 의무는 의학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신뢰할 만한 집단의 의견을 존중해 수(표)준 이하의 의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일종의 동료평가(peer review) 제도에 의해 문제 된 의사의 행위가 수(표)준에 부합하는지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당시 결국 고소된 의사는 1957년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이후 영국은 물론 영국이 영향을 준 영연방과 과거 식민지에서 지금도 사용되는 의료과실 판단의 기본이다.  

    1984년 1월 11일, 당시 두 살인 패트릭 니젤 볼리토(Patrick Nigel Bolitho)는 크룹(Croup)으로 입원해 소아과 상급 전공의와 소아과전문의의 진료를 받았다.  당시 환자 상태는 지나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서 5일 만에 퇴원했다. 그러나 상태 악화로 다시 전공의와 전문의 진료를 받았다. 환아는 입원해 개별 간호를 받으며 상태가 다시 호전됐으나, 또다시 나빠졌다. 간호사는 담당 상급 전공의에게 호출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호출 요청에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담당 전문의는 호출기의 배터리가 방전돼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환자는 호흡정지, 심박 정지와 결국 뇌 손상에 이는 사망으로 이어졌다. 담당 의사는 환자를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 과실로 고소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실제로 담당 의사가 호출에 응했다면 심정지를 막을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8명의 소아과 전문의에게 판단을 의뢰했다. 5명의 전문의는 기관삽입을 옹호하고 나머지 3인은 삽관이 적절하지 않아 대증요법만을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문가 집단에 의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고 판사는 담당 의사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 사고의 판결에 대한 비난도 있었으나 판결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볼리토 사건 이후 의료 과실에 대한 영국 법원의 입장은 이전의 보람 테스트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1997년 추가로 볼리토 테스트(Bolitho Test)를 도입했다. 즉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법정의 논리적 분석(logical analysis of court)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전문가 집단의 의견도 논리적 바탕( logical basis)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1957년 이후 많은 도전과 수정이 있었으나 65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의료 과실 판단의 최우선 기준은 보람테스트(Bolam Test)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 이비인후과 전공의 의료 과실은 실상 개인의 책임보다는 병원의 교육훈련과 시스템 오류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후두개염과 호흡정지의 덫에 걸린 사건이다. 이 사건이 북미나 영국의 영향을 받은 많은 나라에서 다뤄졌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의료로 인한 형사처벌은 극히 드물다. 병원의 전문과목별 당직은 전공의가 담당하는데, 이들이 전공의 초년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상태를 보완할 적절한 준비교육(induction training)이 필요하다.

    모든 전공의는 인턴 기간 중 ACLS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고 특히 기도관리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호흡곤란 환자는 심정지와 같이 전문과목의 경계를 넘어 병원 단위에서 소생 전문팀을 호출할 수 있도록 팀구성과 교육이 돼있어야 한다. 코드블루(Code Blue)는 호흡이나 심장의 문제로 환자의 안색이 청색으로 변하는 상황을 연상시키는 명칭으로 병원에서 호흡정지, 심정지가 임박하거나 발생했을 때 구조팀을 호출하는 병원 내 응급시스템이다. 별도의 당직 팀은 물론 원내 근무하는 모든 의료인력이 숙지하고 상황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병원 내 시스템이 좋다 해도 초년차 전공의가 보는 환자에 대한 위험 감지와 곧 들이닥칠 호흡정지에 대한 시각은 간접경험인 시뮬레이션 교육 등을 통해 사전 준비돼 있어야 병원 시스템 가동도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자신의 역량을 벗어나는 상황은 즉시 상급 전공의나 전문의 호출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몇 년 전 홍콩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를 위해 교육자료를 검토 중 의료법학에 관한 내용으로 보람 테스트와 볼리토 테스트에 대한 자료를 발견했다. 의과대학 저학년에서 배우는 의료 과실에 대한 판단기준 내용이 우리나라의 의학, 법학 교육에는 누락된 것도 확인했다. 의료에 대한 무차별 형사처벌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형사법의 과도한 적용의 전통은 검찰개혁과 더 나아가 사법부개혁도 주장할 근거로 보인다. 의료 과실에 대한 의료계와 법조계의 국제화 결여는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모든 의사는 이미 잠재적 형사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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