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올랜도에서 21~24일(현지시간) 열린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4)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신약에 대한 유망한 임상 데이터가 발표돼 주목 받았다. 기업들은 신규 데이터를 통해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는 물론 근육 보존이나 중성지방 감소, 혈압 감소 등 각기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웠다.
알티뮨, 체중 평균 15.6% 감소…타 인크레틴 제제보다 근육 잘 보존
알티뮨(Altimmune)은 GLP-1/글루카곤 수용체 이중 작용제 후보물질인 펨비두타이드(Pemvidutide)의 비만 2상 MOMENTUM 임상시험 데이터를 구두 발표했다. 체중은 평균 15.6% 감소했고, 체성분 데이터 전체 분석 결과 체중 감소의 대부분이 지방으로 근육을 잘 보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임상시험에는 당뇨병이 없고 한 가지 이상의 동반 질환이 있는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 391명이 등록됐다. 피험자들은 무작위로 배정돼 48주 동안 매주 펨비두타이드 1.2㎎, 1.8㎎, 2.4㎎ 또는 위약을 투여받았다.
연구 결과 48주차 1.2㎎, 1.8㎎, 2.4㎎ 또는 위약 투여군은 각각 10.3%, 11.2%, 15.6%, 2.2% 평균 체중 감소를 달성했고, 치료 종료 시 2.4㎎ 용량에서 거의 선형에 가까운 지속적인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
체성분 분석에서 펨비두타이드군의 평균 제지방량 감소율은 21.9%로 체중 감소의 78.1%가 지방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펨비두타이드는 심장 질환, 부정맥 또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심박수 증가 없이 혈청 지질을 강력하게 감소시키고 혈압을 개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알티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비핀 K. 가그(Vipin K. Garg) 박사는 "이 임상시험에서 관찰된 제지방량 보존은 지금까지 식이요법 및 운동 프로그램에서 보고된 것보다 더 좋았으며, 제지방량이 전체 체중 감소의 40%까지 차지했던 다른 인크레틴 체중 감량 약물에서 공개적으로 보고된 것보다도 더 높았다"면서 "주로 근육 조직인 제지방량을 보존하는 것은 건강한 체중 감량과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2상 임상시험에서 관찰된 근육 보존 수준은 비만 치료에서 펨비두타이드의 차별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알티뮨은 현재 비만 3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며, 이 외에도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MASH,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2b상인 IMPACT 임상시험에서 펨비두타이드를 평가하고 있다.
인도 선 파마, 최저 용량 4주 치료로 의미 있는 체중 감소 및 지질 프로파일 개선
인도 제약사인 선 파마(Sun Pharmaceutical Industries Limited)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인 GL0034(우트레글루타이드, Utreglutide)의 비만 1상 데이터를 구두 발표했다. 최저 용량으로도 4주 치료 기간 동안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감소를 달성했으며, 특히 지질 프로파일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발표에 따르면 위약군 대비 치료군에서 29일째 베이스라인 대비 유의미한 체중 감소가 관찰됐고 43일째까지 지속됐다. 고정 용량 코호트와 용량 증가 코호트 모두에서 23일째 인슐린 감수성이 개선됐음을 시사했고, 치료군에서 당화혈색소(HbA1c), 렙틴 수치, 지질 수치가 감소했다.
선 파마 측은 "GL0034는 지질 프로파일, 특히 중성지방을 낮추는 새로운 능력을 보여 다른 치료제와 차별화되는 추가 치료 효과를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선 파마 수석 연구자 겸 연구개발 총괄 부사장인 라자마나르 테나티(Rajamannar Thennati) 박사는 "GL0034에서 관찰된 상당한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 효과는 비만, 제2형 당뇨병,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 및 기타 체중 관련 동반 질환 치료를 위한 추가 임상 평가를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면서 "이러한 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무작위 대조 연구를 수행해 GL0034의 환자 치료 잠재력을 완전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항서제약, 체중과 혈압 효과적으로 줄여…현재 중국서 3상 진행 중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이 개발 중인 GLP-1/GIP 수용체 이중 작용제 HRS9531은 2상 임상시험에서 체중과 혈압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임상시험에는 체질량지수(BMI)가 28~40㎏/㎡인 중국 성인 249명이 등록됐다. 참가자들은 5개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돼 24주 동안 HRS9531 1.0㎎, 3.0㎎, 4.5㎎, 6.0㎎ 또는 위약을 투여받았다.
연구 결과 HRS9531군은 1.0㎎, 3.0㎎, 4.5㎎, 6.0㎎ 용량 각각 5.4%, 13.4%, 14.0%, 16.8% 체중 감소를 달성한 반면 위약군은 0.1% 감소에 그쳤다. 5%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한 참가자 비율도 각각 52.0%, 88.2%, 92.0%, 91.8%, 10.2%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중국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연구가 이미 진행 중이며, 여러 지역에서 연구를 계획 중이다.
뉴로보, 동일 작용제 대비 체중 감소 및 체질량 감소 효과 우수
국내 기업으로는 동아에스티와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가 DA-1726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ue) 계열의 비만치료제로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한다. 이번 학회에서는 동일한 작용제인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 GLP-1/GIP 이중작용제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각각 마우스 및 랫드 모델에서 확인한 비만 치료 및 지질 관리에 관한 전임상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 DA-1726과 서보두타이드는 동일한 작용제임에도 마우스 모델에서 DA-1726의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 체지방 질량 감소, 상대적인 제지방율 증가 및 혈당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뉴로보 측은 이는 DA-1726의 GLP-1, 글루카곤 활성 비율에 기인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지혈증 랫트 모델에서 터제파타이드 대비 우수한 콜레스테롤 상승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글로벌 임상 1상 파트1 단일용량상승시험, 파트2 다중용량상승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5년 상반기에 종료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이번 전임상 연구 결과를 통해 유사하거나 동일한 작용제이지만 DA-1726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계열 내 최고의 비만치료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DA-1726을 기존의 비만치료제를 뛰어넘는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