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4) 21~24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200개 이상 세션과 1400개 이상 포스터가 발표되는 가운데, GLP-1 계열 약물의 대규모 임상시험 다수가 데이터 첫 공개를 앞두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으로 ▲당뇨병성 신장 질환에 대한 세마글루티드 연구인 FLOW 데이터 ▲심부전 환자에서 세마글루티드를 평가한 STEP-HFpEF-DM 연구 데이터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심혈관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세마글루티드 연구 SELECT의 새로운 혈당 데이터 ▲비만 관련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에 대한 터제파타이드의 SURMOUNT OSA 연구 데이터 등을 꼽을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개발한 세마글루티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로 국내외 허가를 받았다.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개발한 터제파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에 이어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로 허가를 받았다.
비만 관련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임상 상세 데이터 공개
학회 첫날인 21일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의대 아툴 말호트라(Atul Malhotra) 교수는 비만 관련 OSA 치료제로 GIP 및 GLP-1 수용체 이중 작용제의 잠재력을 보여준 SURMOUNT-OSA 3상 데이터를 공유할 예정이다.
최근 발표된 탑라인 결과에 따르면 터제파타이드는 OSA와 비만이 있는 성인에서 수면무호흡증의 중증도를 최대 3분의 2까지 감소시켰다. 말호트라 박사는 상세한 효능 및 안전성 데이터를 발표한다.
이어 같은 세션에서 SURMOUNT-OSA 결과에서 얻은 통찰력이 비만 관련 OSA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수면무호흡증 치료 환경과 인크레틴의 잠재적 역할은 무엇인지, OSA의 심장 대사 결과와 개인 맞춤형 치료를 향한 진행 상황은 어떠한지 등이 논의된다.
헤드라인 결과 이상 인사이트 제공한 SELECT 임상 다각도로 분석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티드는 SELECT 임상시험에서 당뇨병 없이 심혈관 질환이 있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 환자의 심혈관 사건을 20%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포도당 대사와 당화혈색소(A1C), 당뇨병 전단계 진행 및 완화, 체중 감소,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 심부전 및 염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
22일 '혈당, 염증 및 심부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제로 SELECT 임상시험의 헤드라인 결과 이상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발표자 중 하나인 미국 워싱턴대 스티븐 칸(Steven E. Kahn)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 코호트에서 체중 감소와 심혈관 질환 외에도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세마글루티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 조명할 것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SELECT는 당뇨병 예방 연구로 설계되지 않았으나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접근 방식의 일부로 임상적 이점을 확인했다"면서 "세마글루티드를 사용하면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을 줄이거나 당뇨병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해 추가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여러 하위 그룹에 걸친 측정치 변화를 포함해 체중 결과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와 함께 체질량지수(BMI) 범주별 변화와 연구 기간 동안의 변화에 따른 신체 측정 변화를 분석할 예정이다.
또한 기저 혈당과 체중이 세마글루티드 반응에 미치는 영향과 체중 변화 치료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 혈당이 심혈관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가 발표된다.
이 심포지엄에서의 핵심은 기존에 심혈관 질환이 있지만 당뇨병이 없는 집단에서 SELECT에 참여한 사람들이 더 나은 심혈관 결과를 보였는지 여부다. 연구 기간 동안 나타난 혈당 조절 변화가 심혈관 질환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TEP-HFpEF 데이터, 비만이 심부전의 동반 질환 아닌 치료 목표 될까
3일째인 23일 발표되는 STEP-HFpEF 및 STEP-HFpEF-DM 임상시험의 새로운 데이터에서는 GLP-1 작용제가 심부전과 당뇨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사람을 포함해 심부전에도 중요한 혜택을 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 수보드 베르마(Subodh Verma) 교수는 "과체중과 비만은 수년 간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의 동반 질환으로 여겨졌다"면서 "체중이 HFpEF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체중을 줄이면 실제로 환자가 보고한 심부전 증상, 신체 기능, 운동 능력 등이 개선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첫 번째 시도다. 이는 개념적으로 매우 중요한 진전으로, 비만이 HFpEF 환자의 동반 질환이 아니라 치료의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베르마 교수는 STEP-HFpEF 및 STEP-HFpEF-DM 임상시험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논의한다. 이 외 임상시험의 주요 결과를 검토하고, 당뇨병과 HFpEF를 모두 가진 환자에서 SGLT-2 억제제 사용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포함한 대사적 결과에 대한 발표도 진행된다.
베르마 교수는 "이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HFpEF 환자에게 SGLT-2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는 당뇨병, 과체중 또는 비만, HFpEF 환자를 위해 첫 번째로 좋은 치료 옵션이다"면서 "임상의는 당뇨병이나 과체중 또는 비만이 있거나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HFpEF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환자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 이점은 단순히 체중 감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마글루티드의 첫 신장 데이터 FLOW 발표, 1차 및 2차 결과 기대
마지막날에는 세마글루티드에 대한 첫 신장 질환 임상시험 FLOW 결과를 다루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FLOW는 신장 보호 근거가 확인되며 조기에 중단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티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신장 질환 진행을 늦추고 신장 결과와 심혈관 사망률 모두 감소시켰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블라도 퍼코비치(Vlado Perkovic) 교수는 "당뇨병은 대부분 국가에서 만성 신장 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신부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S) 억제제는 25년간 신장 보호 치료의 주류였다. 최근에는 SGLT-2 억제제와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작용제(MRA)가 그 뒤를 잇고 있다"면서 "이러한 약제는 신장 및 심혈관계 결과에 변화를 가져오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절반은 최상의 치료를 받고 있어도 병이 진행된다. 따라서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퍼코비치 교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심혈관 혜택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잘 입증됐다. 1차 평가변수의 유의미한 감소라는 FLOW의 헤드라인 데이터는 시작에 불과하다.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 중 하나이므로 1차 및 2차 결과에 대한 분석이 큰 관심을 끌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FLOW 연구의 안전성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 요하네스 만(Johannes F.E. Mann) 교수는 "이 환자 집단은 심혈관 질환 발생률, 만성 신장 질환으로의 진행률, 심부전 발생률 등이 높은 고위험군이다"면서 "우리는 잠재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는 네 번째 기둥을 확보한 셈이다. 치료 알고리즘에 이것이 추가되면 환자 예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쳐 이환율과 사망률을 낮추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GLP-1/GIP 수용체 작용제의 결과 최적화 - 환자의 성공을 돕는 방법'과 '할리우드 따라잡기 - 새로운 항비만 약물의 우선순위는 누구에게 주어져야 하는가' 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