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건강보험 관리급여 체계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비급여로 처방되는 비만치료제를 건강보험 관리체계 안으로 가져와 가격과 처방기준, 이용량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국회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비만치료제의 관리급여 편입을 요구하자 "관리급여 검토체계 안에 넣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리급여는 과잉 이용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관리체계에 편입해 가격과 진료기준을 정하되, 환자가 비용의 95%를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환자 부담을 크게 낮추는 일반적인 건강보험 급여와는 차이가 있지만 의료기관마다 다른 가격과 처방 행태를 정부가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남인순 의원 "단속 넘어 공적 보험체계 편입해야"
남 의원은 이날 위고비·마운자로의 처방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속만으로는 오남용과 부작용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공적 보험체계를 통한 관리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 의원은 "무분별한 비만치료제 처방과 오남용 문제는 단속을 넘어 공적 보험체계 편입과 장기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며 "관리급여로 편입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비만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신청 여부에 대해 "현재 제약사에서 급여 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도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공적 보험을 적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해당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치료 필요성이 큰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그 외 비급여 처방은 관리급여 체계에 편입해 관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급여 대상과 비만 기준, 환자 본인부담률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위고비 DUR 경고 후 97.3% 처방 유지…임부금기는 32.8%
비만치료제 처방 과정에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경고가 실제 처방 변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 DUR 점검 129만4277건 가운데 99만5431건에서 경고가 발생했다. 경고가 발생한 처방 가운데 97.3%인 96만8399건은 변경되지 않고 유지됐다.
특히 임부금기 경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처방이 유지된 비율은 32.8%로 나타났다.
다만 DUR은 의사에게 금기와 중복처방 등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경고체계로, 모든 경고가 처방을 강제로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 필요성에 따라 의사가 사유를 입력하고 처방을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처방이 유지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부적절한 처방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고 유형별 처방 사유와 환자의 실제 임신 여부, 조제·투약 여부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남 의원은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은 뒤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국내에서 104명 확인됐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남 의원은 "약물과 질환의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고 기존 질환을 가진 환자가 제외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볍게 볼 숫자는 아니다"라며 "처방 이후 부작용을 지속해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수치는 비만치료제 투약과 시신경병증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부작용 사례를 의미하지 않는다. 비만치료제 처방 이후 해당 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를 집계한 수치로, 기존 질환과 당뇨병·고혈압 등 다른 위험요인의 영향을 추가로 분석해야 한다.
복지부, 공급량 상위 20개 의료기관 현장조사
복지부는 비만치료제의 불법 원내 판매 의혹과 관련한 현장조사에도 착수했다.
남 의원이 비만치료제의 원내 조제·판매 실태를 질의하자 정 장관은 "현재 공급량 상위 2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지만 복지부도 의료계와 함께 비만치료제 오남용 방지 가이드라인과 처방 개선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관리급여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비만치료제의 급여 대상과 처방기준, 환자 본인부담률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