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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서 20여년 의사 생활 박현미 교수 "한국 필수과 인력난은 의사 부족 아닌 제도의 문제"

    잦은 형사 기소∙정부 지원 없는 의학교육∙저수가 등 지적…"단순 양적 확대 넘어 포괄적 전략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4-02-22 08:15
    최종업데이트 2024-02-22 08:15

    고려대 의과대학 박현미 교수. 사진은 지난 2022년 의료윤리연구회 강연 당시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고려대 의대 박현미 교수(재영한인의사협회 전 회장)가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확대 계획에 대해 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결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2002년 영국 버밍엄 의대를 졸업하고 2019년까지 영국에서 대장항문 외과 전문의로 일했다. 영국에서 오랜 기간 의사로 활동한 경험을 기반으로 국내 의학 교육과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박 교수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과 관련 21일 메디게이트뉴스에 “소아청소년과,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내과 등 생명을 구하는 필수과 의사 인력난은 의사 부족이 아니라 효과적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제도상의 장벽 때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먼저 타 국가 대비 잦은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 기소가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한 대학병원에서 장정결제 투여 후 사망한 장폐색 환자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교수는 법정 구속됐고, 이후 소송에서 최종심까지 간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함께 소송에 걸린 전공의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 “인구 5200만명에 의사 수가 12만명에 달하는 이 나라에선 매년 700건 이상의 형사 소송이 의료인을 상대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영국에선 매년 1~2건에 불과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의학 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단일 국민건강보험체계에서 수가가 지나지게 낮게 매겨진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교수는 “의대생부터 전문의에 이르기까지 교육에 필요한 재원은 민간의료기관과 의사 개인, 또는 그 가족들이 책임지고 있다. 이에 교육 기간의 연장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조차 의료인력 교육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점 보험 시스템(Monopoly insurance system)은 의료 서비스 비용을 실제 비용보다 낮게 책정해 의사가 부수적인 수입을 통해 손실을 메꿀 수밖에 없게 만든다”며 “이는 필수의료 행위를 재정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서 이런 중요한 문제들은 간과되고 있다.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포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의 대화 요구에 정부는 병원에 대한 경찰의 현장점검, 의사에 대한 법적 처벌과 면허 취소 위협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의료 행위를 감독하는 협회(General Medical Councin, GMC)가 있는 영국과 달리 한국은 유사한 규제 기관이 없고, 복지부가 면허 제도를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전 세계 어디에도 완벽한 의료시스템은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해결이 시급한 국내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결국 이 문제의 핵심에 있는 환자에게 최고 수준의 치료와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