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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중심' '전문의 중심' 구조전환…결국 빅5 병원 살리기?

    중환자 비중 높고, 전공의 의존도 높은 빅5병원 가장 큰 수혜자…전문의 확보 전쟁으로 필수의료 전문의 고갈 우려도

    기사입력시간 2024-10-23 07:27
    최종업데이트 2024-10-23 07:27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증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올바른 해법은?'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가운데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현 시점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에 있는 서울 수도권의 초대형병원인 빅5병원 숨통 틔워주기가 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빅5 병원들은 중환자 비중이 높아 수가보상 및 성과보상에서 큰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고,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이들 병원이 지방의 필수의료 전문의를 흡수하면서 필수의료 인력의 빅5 쏠림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중증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올바른 해법은?' 토론회에서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전공의 이탈로 전문의 배출 막힌 상황에서 지역 필수의료 전문의 빅5 유출 우려

    복지부는 지난 9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10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진료하는 '중환자 중심병원'으로서 기능을 확립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하대병원 김명옥 기획조정실장은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수가 기조에 대한 외면, 환자 1인당 병원 외래 진료 과다, 미국과 일본의 4배에 달할 정도로 전공의 의존도 등 축적된 문제들이 있었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는 외형적으로 잘 나가고 있던 대한민국 의료의 감춰져 있던 화약고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전공의 공백 사태를 맞이해 상급종합병원에 메스를 가하는 의료 정상화 길이 제시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실장은 "현재 병원들이 워낙 어려운 상황에 있다 보니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대한 상급종합병원들의 기대가 크다. 실제로 중환자실 수가 인상과 2~4인실 입원료 지원은 고사 직전의 상급종병들의 숨통을 틔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병원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보다 의료전달체계의 강화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병의원은 경쟁 관계로 상생 관계가 아니었기에 진료협력을 강화함으로서 전체적인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상급병원이 중증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도 잠시, 대다수의 상급종합병원들은 정부의 시범사업이 초대형병원 위주의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실장은 "상급병원의 중환자실 비율을 높이고 '적합질환'이라는 새로운 네이밍으로 중증진료 비중을 높이면서 각 상급종합병원들은 필수의료를 담당할 전문의를 최대한 보유하기 위한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필수의료 인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서로 인력을 뺏고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필수의료 전문의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그나마 지방에 묵묵히 일해오던 전문의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이처럼 절대적인 인력 부족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병원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또 필수의료 전문의의 고령화와 고위험과에 대한 지원 기피는 결국 필수의료 인력의 빠른 고갈을 초래할 것이다. 실제로 이미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연령은 54세, 심장혈관흉부외과 비뇨의학과는 53세를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재정 지속성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정부는 3년간 약 10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과 수가 인상 등을 통해 병원들에게 기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건강보험 재정 상황에 따라 사업 지원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 역시 상존한다"며 "특히 중환자실 병동 증설은 물론 5~6인실 위주 병상을 2~4인실 병상으로 개편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빅5 병원들은 전공의 의존도가 높고, 그간 환자 독식에 앞장서왔다. 따라서 이번 수가보상 사업과 성과보상 사업이 주로 빅5 병원과 같은 초대형병원 위주로 보상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진료량 줄여도 수익되고 중환자 부담 줄이는 '대안형 지불제도'로 재정 확보

    상급종합병원의 이같은 우려 속에 보건복지부 유정민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우리나라 의료 이용이나 공급이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돼 있어서 상급병원이 변하지 않으면 의료전달체계가 변하지 않는 구조였다"며 "오랜 수가 구조의 문제도 있었지만, 상급종합병원도 종합병원과 경쟁하면서 진료량을 늘려야 수익이 되는 구조였다. 그렇다보니 병상 감소, 진료량 감소를 요청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진료협력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의 성공을 가르는 지렛대라고 본다. 상급종합병원과 지역병원이 단순히 환자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환자를 잘 보기 위해 협력하고, 그 안에서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진료협력의 질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로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인력 중심으로 가려면 실제 전문의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여건으로 가야하는 부분이 있다. 인력에 있어서는 전문의를, 진료지원간호사를 얼마나 더 채용해라 이런 조건을 걸지는 않았다. 병원 자율로 가되 기존 인력이 너무 혼란스럽거나 운영이 어려워지는 일이 없도록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하면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 과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환자에게 꼭 필요한 보장성은 강화하면서 과도한 진료비는 줄이는 정책을 위한 토대다"라며 "중증도에 맞게 의료이용이 이뤄지고, 중증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행위별 수가가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의료기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진료량을 늘리기보다 진료를 절감하고, 환자 건강을 개선했을 때 이익을 공유하는 대안형 지불제도로 가져가려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