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문간호사의 역할 확대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진료보조인력(간호사) 공청회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가 진료보조인력 업무범위 구분 기준을 마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무면허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지난 7일 제4차 회의를 통해 진료보조인력 업무범위 구분 항목을 개정했다. 외래에서 진료보조인력은 의사가 지도, 지시한 내역을 바탕으로 의사 없이 진료 전 단순병력 청취 및 기록을, 병실에선 단순 정맥혈 채혈 등을 할 수 있다.
세부 분류를 보면 의협은 기존에 4단계로 나눠져 있던 업무범위 구분 중 '의사의 처방과 지시 없이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 부분'을 삭제했다.
업무범위는 ▲의사가 직접 해야하는 의료행위(1) ▲의사가 현장에 있으면서 간호사가 의사와 함께 또는 의사의 현장 감독으로 간호사가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2)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 후 현장에 없으면서 의사가 지도, 지시한 내역을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3), 3가지로 나눠서 분류했다.
특히 마지막 분류 중 기존 '의사가 현장에 없으면서' 부분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 후 현장에 없으면서'로 수정됐다.
의협 관계자는 "전문간호사와 관련한 보건복지부 개정안에 대해 협회는 ‘처방’ 용어 삭제 및 ‘지시’ 용어를 수정 요구중임에 따라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며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는 의사의 지도하에 수행하는 업무이므로 ‘의사의 처방, 지시 없이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없으면서’의 의미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간호사와 같은 공간 및 시간에 있지 않는 경우"라며 "‘현장에 있으면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같은 공간 및 시간에 있으면서 간호사가 의사의 감독하에 보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진료보조인력 업무범위안을 보면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 후 현장에 없으면서 의사가 지도, 지시한 내역을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 3번 분류에 외래에서 ▲진료 전 단순병력청취 및 기록 ▲의무기록(간호사는 의사의 구술내용을 대신 입력하고 의사가 확인과 서명하는 것)까지가 허용된다.
병실의 경우 ▲단순정맥혈(채혈은 간호사 가능) ▲동맥혈 삽입과 제거는 의사가 해야하지만 A-line 있는 상태의 추가 채혈은 간호사 가능 ▲타과 의뢰서 작성(간호사는 의사의 구술내용을 대신 입력하고 의사가 확인과 서명) ▲스케줄(검사 등) 조정 및 안내가 업무범위로 포함됐다. 또한 정맥주사나 드레싱, 도뇨관, 엘튜브(L-tube) 제거 등도 3번 분류에 포함됐다.
이외 수술 중 리트렉션(retraction), 컷(cut), 복강경 카메라 잡기(camera holding), 단순 흡입(suction) 등 수술 보조는 의사가 현장에 있으면서 간호사가 의사와 함께 또는 의사의 현장 감독으로 간호사가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2)로 분류됐다.
의협 관계자는 "지난주 업무범위 분석을 위해 복지부에서 협회 측에 서면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며 "현재 의협은 진료보조인력 시범사업에 반대 입장이라 의견 제출을 보류하고 추후 관련 위원회에서 검토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의 PA 업무구분 규정에 대해 의료계 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와 관련한 개정안, PA 공청회와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번 업무구분 규정이 현재 인턴과 레지던트가 하고 있는 업무를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향후 PA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PA 간호사 업무범위 설정이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의협의 업무구분 재설정이 오히려 의사들의 업무를 위축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협은 이번 진료보조인력 업무범위 설정이 전문간호사 개정안이나 PA 공청회 등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또한 직역과 종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는 업무범위 구분을 통일시키는 작업일 뿐이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료기관 내 무면허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 박명하 위원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의사와 간호사 간 업무범위 설정은 이번 집행부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전임 때부터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구분해 오던 것을 이어 받은 것"이라며 "명확한 용어와 업무범위 설정이 있어야 현장에서 이뤄지는 애매한 업무 구분을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PA 공청회나 시범사업을 대비하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향후 업무범위 구분이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는 만큼 향후 공청회 등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것 같다"며 "이번 구분은 의협에서 임의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회와 직역의 의견을 받아 통일된 안을 구성한 것이다. 간호사 이외에도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과의 업무범위도 추후 설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예정돼있는 공청회는 참석해 의료계의 입장을 밝히겠지만 시범사업은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이를 대비해 대학병원, 중소병원, 개원가 등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업무범위 설정을 통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