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미연 칼럼니스트·변호사] 현행 의료법 제17조는 진단서나 처방전 등의 발부 주체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7년 개정 전에는 ‘자신이 진찰한’이라는 문구였다가 현행 의료법에 ‘직접 진찰한’이라는 문구로 개정됐다. 이후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접 진찰’의 의미가 대면진찰(의사와 환자가 만나서 진찰하는 형태)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화 진찰도 포함되는 개념인지 논란이 있었다.
만약 의료법 제17조를 위반해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나 처방전을 발부할 경우 같은 법 제89조에 따라 징역 또는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66조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2개월의 의사면허정지 처분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직접 진찰한 사실 없이 진찰료 등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고,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청구를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직접 진찰’의 의미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전화 진찰 행위가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것인지 여부가 달라진다. 이에 대해 2012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2013년 대법원 판결에서는 각각 그 의미를 달리 해석했다.
헌법재판소는 2010헌바83 결정에서 형사처벌 규정에서 인용하고 있는 구 의료법 제17조의 '직접 진찰'의 의미가 '대면하여 하는 진료'로 해석된다는 이유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헌 판단을 했다.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6년경 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환자와 전화통화를 한 후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가 위임한 약사에게 교부한 사실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해당 전문의가 이에 항소한 후 2심 계속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직접 벌칙규정 중 동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헌법재판소 법정의견(합헌의견)은 '직접 진찰'의 의미가 의료인과 환자가 대면해 진료하는 것을 의미하고, 직접 진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대면진찰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 양자 모두를 규율하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반대의견은 '직접 진찰한 의사'라는 문구는 직접 진찰한 의사가 부득이하게 진단서나 증명서(처방전은 제외)를 내어줄 수 없는 경우,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가 진단서를 내어줄 수 있다는 규정에 비추어 대면진찰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 선고된 대법원 판결(2010도1388 판결)은 헌법재판소 합헌결정의 법정의견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2007년 개정 전 '자신이 진찰한'과 개정 이후의 '직접 진찰한' 문구 모두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을 금지할 뿐, 대면 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 등을 발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가 아니라고 했다. 환자를 진찰하는 방법에는 시진, 촉진, 청진, 타진 등이 있으므로 직접 진찰한다는 것이 반드시 대면해 진찰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담당 의사가 전화로도 환자의 상태를 전혀 살피지 않고, 지난 진료기록에 기재된 내용이나 타인(재진환자의 가족 제외)으로부터 들은 내용으로 처방전 등을 발급하는 행위는 금지된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위 판례의 사실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화 진찰이 적법하게 인정됐던 환자는 초진이 아닌 '재진' 환자이면서 '동일한 처방내역이 과거에 있는' 경우에 해당했다. 따라서 환자를 전화로 진찰한 것이 모든 경우에 적법하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직접 진찰'이란 내원한 환자를 직접 보고 진찰하는 대면진찰과, 기존에 동일 진단이나 처방을 한 내역이 있는 재진 환자에 대한 전화 진찰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초진 환자는 물론이고 어떤 환자를 장기간 치료해오고 있었더라도 새로운 병명으로 진단하거나 처방을 할 상황에서 의사가 환자와 접촉한 사실 자체가 없이 전화로만 진찰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이러한 점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