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가 대한의사협회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대책에 대해 정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3시 서울의대 기초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외국인 입국 제한에 있어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의협과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관련기사=기자회견 자청한 예방의학회·역학회 “신종 코로나 의학적 원칙 분명히…불안 지나치다”]
앞서 의협은 2일 후베이성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만을 배제한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중국 전역에서 들어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은 기존 의협의 주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입국전면 금지 조치는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학회의 입장은 의협과 상반된 주장이라기 보다 새로 등장한 바이러스이다 보니 상황이 유동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는 혼란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입국금지 확대 조치에 대해서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은 "지금은 감염증과의 싸움 초기 단계다. 필요 이상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한정된 역량을 다 소진해 버릴 필요는 없다. 현 수준의 제한 조치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회 위원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는 절대 다수가 우한지역이다. 이미 우한은 중국 내에서도 폐쇄된 상태고 증상이 있다면 중국 정부가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 위원장은 "치사율도 우한이 5%, 후베이성이 1.4%, 기타 중국 지역은 0.16% 수준으로 일반 독감 치사율에 준한다"며 "이 같은 수치는 중국의 다른 지역 의료시스템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치다. 과학적 근거를 넘어선 필요 이상의 조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교롭게도 의협 최재욱 위원장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최 위원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우한 폐렴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전문가 초청 긴급 토론회’[관련기사:"신종 코로나, 무증상·경증 감염 경고했지만 정부는 무시... 5년전 메르스 사태 연상"]에서 ▲감염병 위기관리 경보 ‘심각’ 단계로 격상 ▲중국 입국자 한시적 전면 제한 등을 제안했다. 특히 그동안 의협 측 주장에 앞장섰던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은 대한예방의학회 대외협력이사이기도 하다.
의료계 두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엇갈리자 최재욱 위원장은 의료계가 논의 후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최재욱 위원장은 "예방의학회 임원을 역임하고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학회의 이번 발표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의협 산하 단체로서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쳐 통일된 의견을 내야함에도 단독적인 의견개진을 통해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소속된 두 집단의 다른 견해가 발표돼 당황스러운 것은 맞지만 중국 전역의 전면 입국제한 주장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