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최근 ‘파업의 변‘을 통해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전면 재논의하고 그 전에 기피과와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한 마디만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협의회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전국가적 위기 상황이 종식된 다음 해당 정책 논의를 진행하길 희망했으나 정부는 이를 계속 거절했다. 의사 파업이라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정부는 지금 진행 중이던 정책을 일시적으로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겨우 표명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전공의들은 정책 단순 보류가 아닌 철저한 보완 및 재논의를 정부 부처에 요구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일터를 떠나고자 한다"고 했다.
협의회는 "공공의료 개선 취지를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없는 부실한 의료정책을 반대한다. 한방 첩약 급여화 같은 왜곡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를 세우려면 기초 교수와 임상 교수들이 필요하지만 구체적 계획이 없다. 인력 확보도 문제지만 수련병원 확보가 더 큰 문제다. 부족했던 의대 설립으로 실제 폐교한 서남의대 사례도 있다"고 했다.
협의회는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현재까지 제시된 문제를 철저히 개선하지 않고 추진하면 국가 재정만 투입될 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충분한 계획 설정 없이 공공의대 제도를 도입했던 대만과 일본의 실패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라고 지적했다.
협의회 조사자료에 따르면 대만은 1975년 양명의대라는 이름으로 공공의대를 도입했으나 의무복무 기간이 끝난 후 16%만 연고지에 남았다. 1988년 자비 부담의 일반 학생 입학 허용 이후에 최근에는 학생 대부분이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자비 교육생으로 바뀌었다. 일본은 자치의대로 공공의대 제도를 도입했으나 정원 미달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의무 복무 규정을 지키지 않는 비율도 증가했다.
협의회는 “공공병원, 기피과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일할 자리가 없다. 병원 입장에선 수가가 낮아 충분한 의사를 뽑지 못하고 적자를 피하고 있다. 고난이도 중증 환자 수술을 맡는 의사들은 업무에 허덕이지만 병원의 적자는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사수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수준이며 유난히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WHO 보고서 등에서도 의사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나라로 분류됐다”라며 “인구당 의사수는 적지만 10년간 빠른 증가세, 앞으로 의사 부족이 문제되지 않는 나라다. 하지만 정부의 GDP 대비 의료비 투자는 부족한 나라이며, 상대적 의료수가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기피과와 공공의료 의사 부족 문제는 의사수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기피과와 공공의료에 대한 재정적 환경적 지원이 부족해서 발생했다. 이런 문제의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의 정책을 반대한다”라며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한번만 들어달라. 어떤 경위로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업무를 다하지 못하고 파업이라는 최후의 방법에 이르게 됐는지 한번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으로 과중한 업무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는 삼성서울병원 케어기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무엇보다 진료와 검사, 치료 지연으로 지금도 걱정하는 환자와 보호자들께 죄송하다. 하지만 5분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달라. 왜 전공의들이 파업이라는 선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는지 귀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