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지난해 새롭게 급여화된 상복부초음파,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의 2·3인실 상급병실료, 뇌·뇌혈관 MRI 등 3개 항목의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액을 계산한 결과 1년간 약 7626억원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 명목으로 급여화 항목을 늘리고 있지만, 2020년에는 3개 급여화 항목에 투입하는 재정조차 모자라 자칫 건보 재정 파탄을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병의협은 11일 “문재인 케어 재정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이하 건보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추가 재정 6조 4600억원을 포함해 향후 5년간 41조 58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발표한 41조 5800억원에는 최초 문재인 케어 발표 당시 2017~2022년의 5년간 투입될 예정이었던 30조6000억원중 2018년 이후 재정이 포함됐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이미 2017년에 막대한 재정 투입을 예고하면서 발표했던 문재인 케어라는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8년 만에 건강보험은 적자로 돌아섰다. 의료현장 일선에서는 무리한 급여화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나 진료의 왜곡 현상이 나타나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정부는 6조 이상의 추가 재정을 더 편성하여 문재인 케어보다 더 넓은 범위의 정책인 건보종합계획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은 문재인 케어의 정책 실패와 재정 추계의 오류를 덮기 위해 만들어진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건보재정의 파탄은 국민의 건보료 부담 증가 문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의료시스템의 붕괴까지 일으킬 수 있는 재난적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급병실료 건보재정 1000억 추가 지출, 뇌 MRI 급여화 2배 이상 지출
병의협은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현재 2018년 10월 진료금액까지 공개 중)을 통해 2018년에 급여화된 상복부초음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 상급병실료, 뇌·뇌혈관 MRI 등 대표적인 3개 항목의 건강보험 부담금을 조사했다. 그 결과, 상복부 초음파 금액은 예상 건보재정 지출액보다 적었지만 상급병실료에 투입된 건보 부담금은 연간 1000억원 이상 더 지출한 것으로 추계됐다. 또한 뇌·뇌혈관 MRI 급여화는 원래 예상보다 2배 이상 더 지출한 것으로 추계됐다. 연간 건보재정 예상 부담액은 약 7626억원이었다.
병의협은 2018년 4월 1일부터 급여화가 시작된 상복부 초음파 관련 코드(EB441, EB442, EB401, EB402)로 2018년 4~10월까지의 진료금액을 조회했다. 그 결과 7개월 동안의 진료금액이 1383억여원(1383억8298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병의협은 “이 중에서 입원(14%)과 외래(86%)의 비중을 고려하고, 요양기관 종별(의원54%, 나머지 46%) 비중을 고려해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순수 건보공단의 부담금을 계산했다. 대략 약 869억원(869억451만2000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순수하게 1년으로 환산하면 상복부초음파의 연간 건보재정 지출액은 약 1500억원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이는 정부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에 소요되는 건보재정을 연간 2400억원 정도로 추산한 것 보다는 적은 액수다. 하지만 연말과 연초의 초음파 진료량 증가가 반영되지 않았고 초반에 급여화에 대한 의료계 저항이 컸던 것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처음에 추산한 금액 정도까지는 충분히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병의협은 2018년 7월 1일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을 급여화 했던 상급병실료의 경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종별 및 간호등급에 따른 가산, 그리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는 경우까지 포함해 관련 코드(AB170~5, AB160~5, AB270~5, AB260~5, AO280, AO260)로 진료금액을 조회했다.
그 결과 2018년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의 상급병실료 진료금액 총합은 약 1783억여원(1783억5553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병의협은 “여기에 평균적인 공단부담률 60%를 적용하면 4개월간 상급병실료로 건보재정에서 지출된 금액은 약 1070억원(1070억1332만원)이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210억원의 금액이 건보재정에서 지출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했다.
병의협은 “상급병실료를 급여화하면서 정부는 최초 연간 건보재정 부담액을 2173억원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이 금액보다 1000억원 이상 더 지출된다. 3210억원이라는 금액도 병상가동률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연말과 연초가 아닌 시기의 금액을 1년으로 환산한 것이므로, 실제 연간 상급병실료의 건보재정 지출액의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뇌-뇌혈관 MRI의 경우 급여화가 2018년 10월 1일부터 시작됐던 만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조회되는 자료는 1개월 자료였다. 병의협이 관련 코드(총27개코드)를 입력해 조회해본 결과 2018년 10월 한 달간의 뇌-뇌혈관 MRI 진료금액은 469억여원(469억2661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병의협은 “이를 종별 평균을 감안해서 공단부담률 50%를 적용해 계산하면 약 235억원로 나왔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해서 뇌-뇌혈관 MRI의 연간 건보재정 지출액을 예상해보면 약 2816억원으로 계산된다”고 했다.
병의협은 “정부가 뇌-뇌혈관 MRI를 급여화하면서 예상한 뇌-뇌혈관 MRI의 연간 건보재정 부담액은 128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계산보다 두 배 이상의 금액이 지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갈수록 뇌-뇌혈관 MRI 촬영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뇌-뇌혈관 MRI로 인한 건보재정 부담액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6조 투자하는 건강보험 종합계획, 건강보험 파탄 우려
문제는 3개 급여화 항목의 7626억원에 대한 재정 마련 방안이 없는데도 급여화 항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병의협은 “최초 대통령이 문재인 케어 발표를 했을 당시에 정부가 소요재정을 추계한 내용을 보면, 연도별 신규 투입 재정이 2018년만 3조2000억원 수준이고, 2019년 9658억원, 2020년 6915억원, 2021년 6305억원, 2022년 5905억원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정부 예상대로 하면 2020년부터는 신규재정을 전부 다 투입해도 상복부초음파, 상급병실료, 뇌·뇌혈관 MRI의 건보재정 부담액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정부는 2019년에도 하복부 및 비뇨생식기 초음파, 두경부 및 흉복부 MRI 등을 급여화하는 데 이어 2020년에는 흉부 및 심장 초음파와 척추 MRI, 2021년에는 근골격계 MRI 등을 급여화할 계획이다"라며 "다양한 질환과 응급 및 중증질환에 대한 등재비급여와 기준비급여의 급여화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의약품의 급여화도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건보재정의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병의협은 “최초 예상했던 재정 규모로는 문재인 케어를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지금까지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최대한 재정을 더 투입하고, 건보료를 더 많이 부과해 자신들의 실책을 감추기로 작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정부의 실책을 감추기 위해 건보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추가 재정 6조 4600억원을 포함해 향후 5년간 41조 58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떻게든 현 정권 임기 동안에는 막대한 세금과 건보료를 낭비하더라도 문재인 케어라는 포퓰리즘 정책을 유지하면서 건보재정 파탄이라는 폭탄을 다음 정권에 넘기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병의협은 “건보재정의 파탄은 국민의 건보료 부담 증가 문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의료시스템의 붕괴까지 일으킬 수 있는 재난적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건강을 향상시키면서도 재정의 안정도 도모할 수 있는 안정적인 보험체계 및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금이라도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