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원 규모는 기존에 거론됐던 300~500명 수준을 넘어선 1000명 이상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지난 6월 복지부 장관의 ‘9.4 의정합의’를 무효로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에 이어 8월 수요자들이 참여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를 신설한데 대해 이번 1000명 이상 의대정원 확대 계획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우선 17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 회의를 긴급 소집해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한 강경한 공식 입장을 채택하기로 했다. 전국 의사 대표자회의는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보의협의회 등 의협 산하단체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14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개최, 의대 정원 확대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가짜 뉴스’가 아닌 정권 차원의 결정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계획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대의원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엄격한 교육과정과 실습, 숙련된 경험 축적이 필요하다"라며 "정확한 지식에 기초해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진료함으로써 국민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대의원회는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회적 요구와 정부 정책에 대해 국회와 협회, 국회와 정부가 합의한 절차대로 진행해야 한다.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이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증원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의원회가 우려하는 것은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는 대한민국 의료계를 경악과 혼란을 초래하고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와 이공계 대학생의 미래를 뒤흔들어 사회 전체를 혼란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한다”라며 “의료체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엄격한 교육과 수련을 통해 양성돼야 할 의사 과정에 왜곡이 발생하거나 부실화하면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역시 “정부가 내팽개치는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의료 환경의 개선”이라고 했다.
협의회는 “의료계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오로지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9.4 합의를 했으나, 이제 필요가 없어진 정부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에 대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OECD 통계에 대해 “의사수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대한민국이 수술대기 시간, 도·농간 의사 밀도 차이, 의사 외래진료 건수 및 입원 일수, 기대수명, 영아 사망률, 암 사망률 등 각종 보건의료서비스 지표상 최상위권인 것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가? 반대로 의사 수가 많다는 OECD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우리나라 국민들만큼 의료혜택을 누리고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 핵심은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의료 환경의 개선이다"라며 “정부가 내팽개치는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다. 그 책임은 9.4 의정합의를 비롯한 그간의 약속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정부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차기 의협회장 후보들도 이번 의대정원 증원 계획에 목소리를 함께 낸다. 박인숙 전 국의원(울산의대 명예교수)은 17일 오전 10시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전 의협회장)는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강하게 비판하며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대통령실 보건복지수석과의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없이 의사수만 늘린다면 보람, 긍지, 미래는 더 빨리 멸종되고 결국 국민건강에 치명타를 입히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며 "기획재정부 출신 조규홍 장관에게 책임을 촉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