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는 갑작스럽게, 교육시설도, 인력도, 준비하기 힘들며, 수련에 필요한 환자도 부족합니다, 갑작스런 지방의대 2000명 증원은 질적 저하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날림 시설공사와 날림 교원충원으로는 부실한 지방대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에 있는 국민들에게는 싸구려 의료를 제공해도 된다는 것입니까? 대충 교육받은 싸구려 지역의사가 운영하는 지방대학병원에 어느 국민이 건강과 목숨을 맡기겠습니까?"
부산의대 교수협의회장인 오세옥 해부학교실 교수는 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대교수 결의대회에서 이같은 자유발언을 했다.
오 교수는 “이제 전공의들은 사직했고 학생들 교실을 떠난 지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휴학 또는 유급이 사실상 결정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참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대는 매년 2200여명을 교육했다. 그런데 2025년 입시가 끝나면, 1500명이 증원된 3700명을 교육해야 하고, 2026년에는 4200명을 교육해야 한다. 더욱이 지방의대생 2200명 휴학·유급생들을 생각하면, 저희 지방의대들은 2025년에 5900명을 교육해야 한다. 기존 학생수에 비해 거의 3배수가 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의사는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직업인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의사는 단순히 국가시험 한번 치르면 되는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의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 익히고, 배우는 수련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래서 10년간의 긴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부는 의사 양성이 마치 붕어빵 찍어내는 것과 같은 것으로, 싸구려 공산품을 제조하는 것처럼 치부하며 밀어붙이기만 한다. 정부의 자세에는 그 어떠한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느낄 수가 없다. 정부는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절차, 즉 교육여건을 반영해 학생정원을 정하라는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 이에 저희 교수들은 분노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특히 의평원에 대해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지난 이십년간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학생, 교수, 시설, 교육과정 등 의학교육의 전반을 점검하고 평가하고 인증해왔다고 분명히 했다.
오 교수는 “의평원은 지난 20년간 전국 40개 의과대학들을 4차례 이상, 자체평가보고서를 검토하고, 각 대학 현장 방문하여 살피고 검증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신뢰성 있는 자생적으로 탄생한 단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립된 전문성은 그 어느 단체에 의해서도 대체될 수 없으며 의학교육의 최후의 보루다. 의학교육의 최후 보루인 의평원은 여든지 야든지 정치에 의해 휘둘릴 수 없다. 오로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성찰과 비판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정부는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뿌리째 흔들려고 하고 있다. 의평원을 무력화하고, 대충 교육받은 싸구려 지역의사들이 대충 진료하는 지역의료체계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에 저희 교수들은 분노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대통령은 취임을 하시면서 수도 없이 자유와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를 외쳤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자유민주주의를 그렇게 외쳤지만, 이번 의료사태가 발단하게 된 계기는 그러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는커녕, 오히려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2000명이라는 숫자는 신이 내려주신 숫자인가? 대통령실이 말하는 28번의 회의에서 2000명이 숫자가 얼마나 진지하게 논의됐나"라며 "의사들은 거수기가 아니다. 정답을 정해 놓고하는 회의는 결코 민주적 회의가 아니다. 2000명 숫자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2000명에 자존심을 걸 이유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미래 의료인들에게 의대정원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지를 보여주고, 그 과정을 확립해야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 2000명 숫자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교육부 장관에는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30주로 채우지 못한 학생들을 저희 교수들은 결코 강제 진급시킬 수는 없다. 밤낮으로 환자를 깨워가며 임상 실습할 수도 없고, 밤낮으로 카데바 실습을 할 수도 없다. 밤낮으로 수업과 실습을 해도 이제는 30주를 채울 수 없다"라며 "더 이상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 침해하지 말고, 서울의대에 대한 감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정원을 증원해 아프리카 의대를 만드는 것이 교육 선진화가 결코 아니다"라며 "앞으로 6개월만 버티면 되는 것이 아니고, 6개월만 지나면, 의학교육은 풍비박산이 난다는 것을 명심해달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오 교수는 전국에 계신 동료 의대 교수들에게 "다들 8개월을 지나면서 많이 지치고 힘들다. 하지만 교수님들의 지나친 인내와 무관심은 오늘의 의료사태를 야기한 배경이 됐다"라며 "정부의 너무나 무모한 이번 의대증원에는 우리 교수들은 분노해야 한다. 2000명이 아니라 2만명을 증원해도 조용히 인내할 것인가. 이제는 분노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