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오늘(8일)부터 60세 미만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국내 접종이 중단된 상황에서 유럽의약품청(EMA)이 AZ 백신과 혈전 질환의 연관성을 사실상 인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EMA는 백신의 이점이 부작용의 위험보다는 크다는 기존 입장은 고수했다.
EMA는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AZ백신과 비정상적인 혈전 부작용의 연관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EMA 약물안전성관리위원회(PRAC)는 유럽연합에 보고된 뇌정맥동혈전증(CVST) 62건과 비장정맥혈전증 24건을 분석했다. 해당 부작용 중 18건은 치명적인 사례다.
연구결과, 부작용은 예방 접종 후 2주 이내에 60세 미만 여성에게서 발생했다. 특히 EMA는 뇌정맥동혈전 이외에 혈액응고가 복부(비장정맥혈전증)와 동맥에서도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다만 나이, 성별, 과거약물 사용 이력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특정한 위험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특정한 위험요인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추 가능한 발생 기전은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과 유사한 기전이라는 점 뿐이다. EMA는 향후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수정을 요청하고 필요한 추가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PRAC는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즉각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기 치료가 이뤄진다면 환자 회복과 합병증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PRAC는 "환자는 호흡곤란, 가슴 통증, 다리 붓기, 복통, 두통과 시력 저하 등 신경학적 증상, 주사 부위를 넘은 피하 혈액반점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즉시 의료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증상을 알고 있어야 신속한 치료를 받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백신은 질병 예방에 효과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입원과 사망 위험을 줄인다. 백신의 전반적인 이점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뇌정맥동 혈전증은 100만 접종당 5건, 내장정맥 혈전증은 100만 접종당 1.5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EMA가 AZ 백신이 혈전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없다는 발표를 내놓자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접종을 재개한 상태다. 그러나 독일과 네덜란드는 60세 미만, 캐나다와 프랑스는 55세 미만에 대한 접종을 중단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지속적인 혈전 부작용 논란으로 인해 AZ 백신의 60세 미만 접종을 오늘(8일)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결정은 국내에서 20대 여성이 AZ 백신 접종 이후 혈전증 진단을 받은데 따른 것이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은 7일 정례브르핑에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EMA 검토 결과를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재개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험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접종 제한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발표로 뇌정맥동 혈전과 내장정맥혈전이 매우 드문 백신 부작용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특정한 위험 요인을 찾을 수 없어서 연령별 접종 제한이나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며 "60세 미만, 여성에 발생율이 높은 것은 국가별로 접종량 자체가 이 집단이 높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접종 후 면밀한 모니터링과 주의가 필요하고 우리나라도 이런 부분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또한 백신 접종의 위험과 이익에 대한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