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문제를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 참여 위원들을 대폭 물갈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2일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을 전면 교체하라는 권고를 냈다.
의협 고위급 관계자는 6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부 논의 중이다. 다만 대의원들과 소통하면서 가장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게끔 문제를 풀 것"이라며 "대의원회에서 공개적으로 권고를 냈는데 집행부가 이를 마냥 무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협상단을 꾸리는 것은 회장의 고유 권한이지만 대의원회 의견과 의협 집행부가 결국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결국 대의원회가 우리 회원들을 대표하고 있으니 대의원회와 뜻을 같이 할 것"이라고 참여 위원 교체를 암시했다.
다만 대의원회 권고사항에 대해 일부 서운함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 측도 협상단이 개편됐으니 의협도 이번 기회에 바꾸자는 정도로 부드럽게 얘기하면 좋았을텐데 너무 강경한 말들이 담겨 있어 일부 답답한 마음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도 "(협상단이 갑자기 교체되면) 의협 차원이기 보단 자신 개인의 의견을 회의에서 얘기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협의체 공신력이 손상되고 의협 협상력도 저해될 수 있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의협 집행부가 대의원회 권고사항에 대해 일부 서운한 마음을 밝히면서도, 권고사항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유는 대의원들의 합의된 의견을 따르겠다는 취지도 있지만 협상단 교체로 의대정원 관련 논의에 유연함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의원회 운영위는 '현재 의료현안협의체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강한 어조로 위원 전면 교체를 권고했지만, 그 속내엔 지금보다 폭 넓은 협상을 위해 새판이 필요하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는 후문이다.
즉 그동안 대의원회에서 수임사항으로 의대정원 자체를 반대하다 보니, 협의체에서 논의조차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의대정원 관련 건전한 협의 조차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운영위 회의에 참석한 한 대의원은 "그동안 의대정원 관련 문제가 나오면 협의체를 박차고 나오는 등 대화조차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협상단을 재구성하면서 그동안 경직된 논의 분위기를 조금 더 활발하게 바꾸자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협상단이 바뀐다고 해서 기존 협상 기조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협상단이 전면 개편되면 새판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지금 협의체에선 아예 의대정원 문제를 논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니 유연성을 더해 의대정원 문제를 꾸준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라도 인원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도 "보건복지부 측도 협상단이 모두 바뀌었으니 이번 기회에 의협에서도 협상단을 다시 꾸려 분위기 쇄신을 하고 의대정원 문제를 꾸준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 정도가 적당하다"며 "정원을 늘리든 줄이든 일단 (의대정원) 관련 논의는 계속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