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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현안협의체에 정작 의대정원 논의는 숨은 이유? 의정 '따로 또 같이' 전략

    의대정원 문제는 각 세우고 지역필수의료 논의 부각시켜…의협은 내부 갈등 줄이고 정부도 파업 리스크 감소

    기사입력시간 2023-11-06 07:33
    최종업데이트 2023-11-06 08:28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문제에 있어 '따로 또 같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은 2일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에서 만난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과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모습. 사진=대한의사협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문제에 있어 '따로 또 같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의대정원 문제에 있어선 따로 가지만, 지역필수의료 개선을 위한 정책 논의에 있어선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따로 또 같이' 전략이 의대정원 문제를 의료계 내부 갈등 없이 원활히 추진함과 동시에 그동안 의협 숙원사업이었던 정책들을 이끌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의정, 의대정원 문제는 각 세우고 지역필수의료 논의만 부각

    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정원 확대는 사실상 확정적인 상태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설 정도로 정부의 정책 추진 의사가 명확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31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 관련 관계 차관회의’에서 "의사 인력 확충이 2025학년도 입학 정원에 반영돼야 하는 만큼 관련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도 비공개로 진행된 제5차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전국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증원 규모를 알아보기 위한 수요조사도 벌써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정원 문제를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에 이목이 쏠렸다. 이전엔 논의 과정에서 의대정원 문제로 의정이 갈등을 겪으며 의협 측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발표 이후 의료현안협의체는 의대정원 논의에 있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국 의대 수요조사도 이뤄지는 만큼, 당분간 의대정원 논의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현재 의대정원 문제는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목표가 아니다. 수치를 먼저 얘기하기 보단 우리가 함께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얘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공개로 진행되는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내용에서 의대정원 문제는 모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논의에선 지역필수의료 개선을 위한 정책패키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대학병원 분원개설 제한 등 그동안 의료계 숙원사업이었던 내용이 많다. 

    반면 또 외부로 공개되는 의료현안협의체 모두발언에선 의정이 아직도 의대정원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일 제16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많은 국민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의대정원 증원을 외치고 있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가 의미가 있을까, 이런 여론에 따라 의대 증원과 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할까"라고 비판했다. 
     
    의료현안협의체 모습.

    의협은 내부 갈등 줄이며 숙원사업 얻어내고 정부는 파업 리스크 줄이는 성과

    지금까지 보여지는 의료계와 정부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은 이번 의대정원 확대 정책 추진을 무리없이 진행시키기 위한 계산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정부여당은 이번에야말로 2020년과 달리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의료계와 갈등없이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최고위회의에서 "이번만큼은 파업과 시위없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선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즉 의료계와 분쟁을 줄이기 위해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사들의 반감이 강한 의대정원 문제는 뒤로 숨기고, 그동안 의료계가 주장하던 지역필수의료 지원 정책이 부각돼야 한다는 셈법이다.  

    특히 의협 대의원회 수임사항이 '의대정원 확대 결사반대'인 만큼, 표면적으론 의정이 의대정원 확대에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용히 정부 주도로 정원 확대를 이끌고 가는 모양새가 적절하다.

    이 과정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는 소위 의대정원용 '선물보따리'들은 의료계 내부에서 발생되는 잡음도 분산시키고 있다. 

    정부 측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뢰회송 제도 개선을 통한 의료전달체계 재설계 ▲경증환자 3차병원 쏠림 완화 ▲의료사고 부담 완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개설 제한 ▲병원 인력구조 재편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개선 방안 등을 논의해 실질적 개선안을 내놓자는 입장이다. 해당 정책 모두 의료계 입장에선 매년 주장해오던 숙원사업이다.

    더욱이 실질적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2일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의료인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말 뿐이 아니라 실제 정책 발표를 통해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정책패키지를 내놔 상당히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 상황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정이 의대정원 문제에 표면적으로 갈등을 빚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론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정책들이 부각돼 논의되면서 의대정원 문제는 논의에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라며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통해 의료계 입장에선 내년 회장 선거를 앞두고 내부 갈등을 줄이면서 숙원사업이었던 정책들을 얻어낼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선 의료계 파업 등 극단적인 갈등을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