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PA(진료보조인력) 문제’ 등의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2019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올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현안을 예측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우선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의료계 반발을 불러일으킨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문제가 제시됐다.
지난 2018년 5월 부산의 한 정형외과 원장이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대리 수술을 시켜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 사건이 발생하자 해결책으로 CCTV 설치 방안이 재조명받았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무면허 의료행위 등의 위법행위를 예방·관리·감독하자는 취지에서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외과계는 수술의 질 저하, 의료진의 인권 침해, 의사-환자 간 상호 신뢰 저해, 전공의의 외과계 기피 현상 심화 등이 초래될 것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의료계, 환자단체, 여성단체 등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등을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입법조사처는 "CCTV 설치는 무면허 의료행위 적발에 효과적이며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분쟁조정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수술 등 의료시술을 받은 환자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관계를 해칠 가능성 등 부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준비 부족
정부는 지난 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고 8개 지자체를 최종 선정해 최근 단계적으로 선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관련 예산 규모를 지적하며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입법조사처는 “정부의 기본계획에 따라 선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살펴보면 ‘선도사업 예산+연계사업 예산+자체 재원’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과연 8곳의 시범사업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는 수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작은 규모의 예산(약 64억원)이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초기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대책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2022년까지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고 2026년까지 완성된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초기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행 설계를 보면 이미 수행되고 있는 3개 중앙부처의 연계사업을 구실로 중앙의 재정적 책임은 최소화하고, 지자체에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자체의 자율성・창의성・다양성을 반영하고 이를 위해 지역의 자원과 역량을 최대한 투입・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는 “그러나 정부의 계획안에는 현행 선도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를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다른 지자체가 이를 벤치마킹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자율적이고 다양한 모델이 아닌 ‘가장 효율적인 단일 모델’을 전국에 도입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6년까지 커뮤니티케어를 완료한다는 정부차원의 로드맵이 제시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상호연계와 종합적인 접근이 어려웠던 보건・복지서비스분야를 연계시키는 새로운 시도가 선도사업 기간 성과를 내기는 무리인 만큼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PA 의료행위
진료보조인력 (Physician Assistant, PA) 문제도 화두다. ‘PA 문제’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3년간 ‘국정감사 연례적 시정·처리 요구사항’을 분석한 결과에도 포함될 만큼 단골 이슈다.
앞서 2016년에는 PA 실태 파악·대책 수립이, 2017년에는 PA인력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불법 PA 제도화 등이 거론됐다.
우리나라에서 PA는 무면허 진료,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 문제 등과 각 직종 간 또는 동일 직종 내 의료인들 간에 전문영역을 둘러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PA의 업무는 간호사, 전문간호사, 전공의 등의 업무가 혼재된 특이한 형태로 개발됐다”며 “PA 자신은 물론 타 의료종사자, 소비자에게 의료인력으로서의 정체성과 관련해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각 병원이 처한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PA는 법적인 의료인인 간호사가 의사 보조인력으로 각 과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의 직무는 의사에 비해 전문성은 낮지만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오래된 숙련도로 인해 새로 임용된 전공의의 직무영역과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114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PA 실태 연구에서 PA의 98.4%(185명)를 간호사가 차지하고 있었다”며 “전문간호사(APN, Advanced Practice Nurse)를 활용해 PA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가치기반 심사체계 도입
그간 현행 건단위 심사 방식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가치 기반(value-based) 심사·평가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가치 기반 의료'는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의료 행위별 보상과 이에 따른 결과를 넘어서는 개념으로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의료 비용, 환자 건강상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도 2018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발표했고 현재 지난 8월 1일부터 분석심사 선도사업이 시행 중이다.
입법조사처는 심사체계 개편을 위한 예산 편성·집행 현황을 문제 삼으며 이행 경과 등을 꾸준히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가치기반 심사체계로의 전환’에 대해 의료계와의 사전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결과 의료계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예산이 편성・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보건복지부가 2019년 3월 19일에 공개한 ‘가치기반심사분석시스템 구축 및 응급의료·의약품 시스템 개선’ 사업 예산에 따르면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약 80억원 이상을 지출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서버 구매 비용으로 38억7900만원, 소프트웨어 구입비용 19억2700만원, 가치기반 심사지표・주제 등 다각적 정보 분석을 위해 응용개발 비용으로 22억4300만원이 책정됐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향후 가치기반 심사평가 체계로의 이행 경과 등 진척사항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 중심·의학적 타당성 중심·참여적 운영방식 중심·질 향상 중심에 초점을 둔 단계적 개편인지 여부를 지속적・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성범죄 의료인 자격관리
현재 우리나라는 성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의료인의 경우 형의 종류나 형량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을 다르게 해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 중 재범우려가 높은 경우에는 면허권을 박탈하는 조치도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규정이 없는 것이 미흡하다고 지적돼 왔다”며 “선진 외국 사례에 비춰볼 때도 보다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독일은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이 성범죄로 형사재판을 거쳐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연방의사규정에 따라 해당자의 의사면허는 취소되거나 정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입법조사처는 “미국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면허를 정지시킨다. 형이 확정될 경우 면허를 취소시키며 면허재취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성범죄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하거나 재교부를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입법조사처는 “의사면허와 관련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면허를 취소하거나 재교부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선진국 사례 등을 참고해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