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을 통해 사람을 살려야 하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Back to basic). 또한 신약개발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딘가 고장나선 안됩니다. 따라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천천히 서둘러야 합니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배진건 상임고문이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열린 오송 혁신신약살롱에서 '혁신 신약은 서둘러서 천천히'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날 오송 혁신신약살롱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마치 살롱(salon)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배 상임고문은 한독 상임고문, 한국아브노아 연구소장, JW 중외제약 연구총괄 전무, 쉐링푸라우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신약개발 대가로 꼽힌다. 메디게이트뉴스에 매주 신약개발 칼럼을 게재하는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날 배 상임고문은 그의 저서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 Back to BASIC' 출간 기념으로 지난달 오송 혁신신약살롱에서 했던 발표 내용을 압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오송 혁신신약살롱은 신약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는 연구자와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기 위한 커뮤니티다. 대전에서 먼저 혁신신약살롱이 생겨난데 이어 판교에서 활성화됐고 올해 들어 오송에서도 만들어졌다.
배 상임고문은 이날 발표에 앞서 비서를 통해 문 대통령께 그의 저서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모토인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강하게'는 신약 발굴(drug discovery) 모토와 같다. 올림픽이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신약도 항상 더 효과가 좋고 더 강한 약으로 3등 안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면서 펜싱과 양궁, 체조 등 스포츠에 비유해 신약을 개발하면서 배울 점을 설명했다.
예를들어 한국 선수는 유럽 선수들보다 키가 작고 팔 길이가 짧은데도 손 기술 위주의 유럽 스타일을 모방해왔다. 그러나 한국인의 신체적 특성에 맞춰 발동작을 빠르게 하는데 주안점을 두면서 런던올림픽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양궁도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35년 이상 세계를 제패해왔다. 새 훈련방법을 해외 지도자들이 알아내는데 약 6개월이 걸리는데, 그 6개월간 전보다 새로운 것을 또다시 개발해 나아간 것이다.
체조선수 양학선은 최고난도 기술 '양1'을 개발하면서 최초(the first), 유일함(the only), 최고(the best)를 모두 이루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선수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배 상임고문은 "영국의 한 마라톤 대회에서 1위 선수와 격차가 벌어진 2위 선수가 길을 잘못 들면서 그 뒤를 따라 달리던 선수 5000여명이 단체로 실격처리되는 일이 벌어졌다. 결승점을 통과하고도 264m를 덜 뛰었다는 이유였다"면서 "지난 30년간 신약개발을 위해 달려온 대한민국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약개발은 한 몸 이루기와 같다. 지하철이 하나라도 끊어지면 교통대란이 나는 것처럼 신약개발도 혼자 할 수 없고 어딘가 고장나서도 안 된다"면서 "신약개발은 천천히 서둘러야 한다. 서두르지만 전후 좌우를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 상임고문은 이날 오송에서 발표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에 대해 "투자를 해야 이익이 있기 때문에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2007년부터 시작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인프라를 통해 신약 개발에 대한 한 몸 이루기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정부가 이런 중요한 지원을 계속 잘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오 신약을 민간 주도로 논의하는 혁신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제약 분야에서도 바이오시밀러 부분을 석권하고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원천신약도 아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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