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무료한 일상의 반복이었던 학창 시절 때 토요일 밤은 필자에게 유일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KBS2 TV에서 호아퀸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의 주제 선율이 울리면, 기다리고 기다렸던 ‘토요명화’가 방송을 했습니다. 지금도 이 음악을 들으면 그 때 생각에 아련해질 때가 많습니다. 그 때 본 많은 영화들 중에 오드리 헵번 그레고리 펙 주연의 ‘로마의 휴일’은 어린 저로 하여금 로마에 푹 빠지게 했고, 성인이 되어 바티칸 궁을 방문하면서 로마라는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티칸 궁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고, 각각의 작품에서 느끼는 개인의 주관적인 영감들은 다양할 것입니다. 그 중 라파엘로의 작업장이자 그의 프레스코화가 있는 라파엘로의 방(Stanz di Raffaello)은 필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4개의 방 중에서 서명의 방(Stanza della Segnatura)에 있는 ‘아테네 학당’에서는 라파엘로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 지혜 4가지인 철학, 신학, 법학, 문학 중 철학을 주제로 삼아 고전기와 그리스도교의 정신을 조화롭게 표현하고자 했고, 고대의 가장 유명한 철학자, 천문학자, 수학자들 총 54명의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묘했였습니다.
그림의 자세한 해석은 논외로 하고, 현재 의료계의 상황을 볼 때 그 때 느꼈던 몇가지 개인적인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지성을 논하는 학당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주제들을 서로에게 논하는 각 무리들의 우아한 움직임들은 필자가 속해 있는 우리 조직이나 사회에서 과연 볼 수 있는 모습인지 궁금했습니다.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라 불리는 우리들은 ‘아테네 학당’에서 표현되고 묘사되는 인물들처럼 자유롭게 우리의 생각을 말하고 주장하면서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특히 다가오는 대선에서 의료계의 미래가 걸려있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신있게 주장하고 설득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인간적인 가치인 이성적으로 논의하면서 진리를 얻고자 한 라파엘로의 그림처럼 우리도 의료계의 이슈들에 대해 토론하고 발전적인 안들을 제시해야 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국민건강과 올바른 보건의료제도 확립을 위해 내년 3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과 함께하는 보건의료정책 챌린지’라는 타이틀로 국민과 의료계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폭넓은 의견수렴을 받았습니다.
또한 의료정책연구소 내에서도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대선에 대비한 정책제안서는 ‘촘촘한 보건의료 안전망,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를 메인 컨셉으로 총 7개의 핵심 아젠다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부문별 아젠더를 보면 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재검토 ② 필수의료 국가안전망 구축 ③ 공익의료 국가 보상제 도입 ④ 의료분쟁 걱정 없는 나라 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 ⑥ 보건의료 서비스 일자리 창출 ⑦ 보건 분야 전문가 책임차관 임명 등입니다. 여기에 의료계 핫 이슈인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문제를 추가로 포함할 예정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토론을 하다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도출될 것이고, 각 당의 대선 후보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처럼 반걸음을 떼었습니다. 한걸음이 될 수 있게 지도편달을 해 주십시오. 지금은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