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연합은 12일 성명서를 통해 "근거 없는 유전체분석과 이에 기반한 영리 의료서비스 허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산업통상자원부는 마크로젠에 유전체 분석(DTC) 사업을 확대 허용하고 이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체가 직접 영리목적의 건강증진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실증특례를 허가했다. 기업체에 대한 영리목적의 의료서비스 제공허용은 이것이 최초다. 그 범위도 이미 허가된 유전자 검사 12개 항목 외에도 노령인구의 거의 대부분이 걸릴 수 있는 13개 질병군을 추가로 허가했다. 이것도 모자라 후발성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실증특례 부여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노령인구 대부분을 포괄하는 범위의 중대질병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이 유전체분석 영리 건강증진서비스 사업 허용은 건강관리부분 전체를 영리화한 것이다. 즉 건강관리서비스 분야의 의료민영화의 시범사업인 것이다. 말하자면 유전체분석이라는 이름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해 건강관리 영역을 의료행위에서 제외하여 사기업에서 돈을 받고 하는 서비스로 만듦으로서 아예 국가의 책임부분에서 의료부분을 제외한 명백한 의료민영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확대된 유전체 분석 대상이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다시 말해 아직 연구대상이거나 기껏해야 임상시험대상인 유전제분석을 의학적 판단을 하기 힘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팔겠다는 것을 허용하는 행위 이상이 아니다. 이는 국민건강을 대상으로 위험한 '장난질'을 허용하는 것이다.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검사와 그것을 근거로 하는 서비스는 그 자체로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잘못된 건강증진 서비스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국민건강에 해를 끼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간암 위험이 남들보다 적다고 건강증진을 덜 해도 된다는 믿음을 준다든지, 또는 폐암위험이 많다고 불필요한 건강검진 행위를 받는 것 등의 유사 의료행위는 국민안전과 생명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해를 끼친다. 한마디로 전세계 어디에서도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되는 유전체분석을 13가지나 허용하고 이에 근거한 사기업의 돈벌이 서비스까지 허용한 것은 그 자체로 국민건강에 중대한 해약이다. 한마디로 근거 없는 의료사기 행위를 혁신 운운해가면서 국가가 허용해준 멍청한 짓이다. 이런 공포마케팅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이를 제공하는 상업적 유전자업체와 건강관리서비스기업들일 뿐 국민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할 일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려는 기업들의 먹거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근거가 입증된 제대로 된 예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 조치는 문재인케어에도 직접적으로 반한다. 문재인케어는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비급여의 전면금지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아예 건강관리서비스를 뭉텅이로 퍼다가 비급여항목으로 사기업의 이윤행위로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보장 강화와 전면적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유일한 제한조치인 2년 특정지역 2000명의 조치도 매우 취약하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경제자유구역만에 영리병원을 짓겠다면서 지금까지 영리병원 논란을 자초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도 그때는 도입할 수 있는 제도만 일부 터놓고 말았으나 이제는 아예 사업을 곧바로 마크로젠이라는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허용한 맞춤형 사기업 특혜 행위"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또 2년 한정으로 2년 후에 의학적 근거가 확인되면 그만두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면에서 시범사업보다 훨씬 더 질이 나쁘다. 즉 산업융합법상 2년 후에 사업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고 확대도 가능하다. 또 산업융합법 상 그만두게 할 근거는 산업적 시장적 가치 즉 돈벌이가 안 되었을 경우지 의학적 근거가 아니다. 즉 스스로 돈벌이가 안돼서 사업을 접을 때까지 브레이크가 없다. 특히 의학적 분야는 시장에 맡겨뒀을 때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대표적 분야, 즉 소비자가 내용을 잘 모른다는 분야라는 점에서 국가책임의 명백한 방기이고 브레이크 없는 민영화조치"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속내를 숨기려 궁색하게도 미국, 중국, 일본 예를 들었다. 대부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유럽 예는 쏙 빼놓고 말이다. 그 미국, 중국, 일본의 경우도 검사 사전, 사후 설명 의무를 강조했지 의료영리화를 의미하는 건강증진 서비스라는 말은 쓰지 못했다. 민영보험회사를 위한 정책이란 비난이 두려워서다. 미국과 중국 예를 든 것 자체가 보건의료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일본도 뒤늦게나마 의사회, 유전학회 등 수많은 단체들이 비판을 가하고 있어 규제를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 산자부 정부의 결정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유전자검사 상업화 반대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우리는 산자부의 이번 규제완화에 대한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입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비감염성 만성질병(NCD)이 전세계 사망원인의 1위가 되었으며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식이 운동 등의 건강관리와 이러한 서비스의 국가적 사회보장이다. 의료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의학적 근거가 타당한 검사를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의료보장성을 늘려야 한다. 촛불시민들이 박근혜 정부를 탄핵시키고 ‘사람이 먼저다’고 외친 문재인 정부를 세운 데는 그러한 기대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을 위한 실증특례가 아니라 전국민을 위한 보편적의료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제주도 영리병원에 이어 이조차 방관한다면 더 이상 그 자릴 지킬 명분이 없다. 우리는 이번 조치를 철회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