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번주에 녹지국제병원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단체가 "영리병원 허용 절대 불가"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외국인에 한해서라도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이 처음 생기면 내국인과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원희룡 지사는 3일 제주도청에서 행정부지사, 정무부지사, 기획조정실장, 관광국장, 보건복지여성국장, 서귀포시 부시장 등 관계공무원들이 참석한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관련 총괄 검토회의'에서 “이번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 청와대와 정부 측과도 긴밀한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원 지사는 "행정의 신뢰성과 대외신인도 및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회복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뤼디그룹이 100% 투자해 올해 8월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8223m² 규모로 건물을 완공했다. 이 병원은 부지매입비, 건축비, 시설비, 인건비 등 778억원을 투자했다.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등 의사 9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간호사 28명, 국제의료 코디네이터 18명 등 전체 직원 134명을 채용했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는 지난 8월 15일부터 제주도민 3000명에게 녹지국제병원 개설과 관련한 의사를 물었고 38.9%가 찬성하고 58.9%가 반대했다. 10월 4일 '개설 불허'라로 결론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4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10월까지 무려 3개월간 도민들이 벌인 숙의토론 결과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공론화 토론은 제주시 조례에 명시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진행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원 지사는 공론조사가 전에도 이에 따를 것이라고 하고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원 지사는 자신의 약속을 뒤집는 건 물론 민주주의까지 짓밟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실제 지난 3개월간 진행된 1, 2, 3차에 거친 숙의과정에서 영리병원 반대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비가 높고 의료의 질이 떨어져 사망률이 높으며, 고용도 적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녹지국제병원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부유층을 위한 피부·성형 병원일 뿐이라는 것도 분명히 드러났다"고 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따라서 원희룡지사가 설령 외국인 진료로 한정해 영리병원을 개설한다고 해도 결코 도민 의사를 반영한 것이 될 수 없다. 영리병원은 진료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영리적 운영방식과 건강보험이 적용이 제외되기 때문에 가장 심각한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영리병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발점이며 궁극적으로 한국의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당장 영리병원 허용 계획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투쟁에 나설 것이다. 이 땅에 영리병원이 들어설 곳은 없다.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도민의 건강과 복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제주녹지병원을 즉각 비영리·공공병원으로 전환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