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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들의 정당 입당은 신중해야 한다

    [국회의원 사용법 칼럼]⑥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기사입력시간 2024-09-02 09:29
    최종업데이트 2024-09-02 09:2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지금 용산발 의료대란이 마른 들판에 번지는 들불처럼 돌이킬수 없는 최악의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들에게 정당에 입당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이에 하도 어이가 없고 답답해서 한 마디 적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효가 없을 뿐 아니라 공감은커녕 오히려 비웃음만 살 것이 뻔하다.  

    정당의 목표란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 선출직을 많이 배출시켜서 권력을 잡는것이다. 그런데 의사들 수십~수백명이 여러 정당에 흩어져서 입당한다면 과연 그 정당들이 의사들 말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있을까? 실속없는 짓이다.

    과거에 어떤 직역, 집단이 정당을 만들고 성공한 예를 살펴보자. 정의당, 민노당처럼 노동계 근로자, 노조원들이 이념과 이해관계로 똘똘 뭉쳐서 정당을 만들고 전원 당비와 후원금을 내고 일사분란하게 목소리를 내는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현역 의원도 배출하는 등 성공 가능성이 높다. 잘하면 거대 정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노동계가 기존의 여러 정당에 뿔뿔이 흩어져서 가입했다면 이들이 힘 있는 목소리를 낼수 있었을까? 

    직능단체의 로비력이 입증된 또 다른 예를 들자면 타다금지법 통과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준 택시기사 단체다. 이 법이 통과된 배경에는 그들의 정치권에 대한 압력 때문이었지, 정당 가입이 아니었다. 사실 그들은 기존 정당에 입당하지 않음으로써 여러 정당에 두루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오히려 더욱 막강한 로비파워를 보여줬다. 사실 나 자신도 타다택시를 애용했던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써 타다택시가 유지되기를 바랐지만 어차피 여야 불문하고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으려면  타다택시 유지에 찬성하면 안 된다’라는 현실정치에 굴복해서 비굴하게도 반대하지 못했다. 당시 타다 반대법에 반대하거나 기권, 또는 아예 표결장에 나타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에 대한 지역 내 택시업계의 압력은 무시무시했다.  

    나는 현역 국회의원일때 입당원서 뭉치를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주변 분들께 ’강요‘하다시피 입당을 권유하곤 했다.  (아마도 그래서 나를 피한 분들도 계셨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입당시킨 당원이 많을 수록 당내에서의 입지가 단단해지고, 더 중요하게는 다음 선거에서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의원을 움직이는 가장 강한 모티브는 다음 선거에서의 표이기 때문이다.

    설령 일부 의사들이 기존 거대 정당에 입당을 원하더라도 실속을 차리면서 영리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는 요령이 필요하다. 입당절차는 중앙당, 시·도당, 또는 국회의원을 통해서, 또는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다. 이 중 국회의원실에서 의원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입당하는 것이 제일 실속있는 방법이다. 그냥 중앙당이나 시,도당을 통하거나 온라인으로 입당하면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당원명부에 이름 하나 달랑 올린 채 당비만 빠져나가게 되는 꼴이다. 많은 의사들이 각자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 ‘생색을 내며’ 입당하고 평소에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래도 악법을 막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요약하자면, 노동계처럼 의사들이 똘똘 뭉쳐서 독자적이고 작지만 강한 정당을 만들든지, 또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택시업계처럼 기존정당들이 모두 두려워할 정도의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의사들 개개인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입당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 협회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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