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 자문위원회(ODAC)가 다발골수종 치료제 신속 승인을 위한 대리 평가지표로 미세잔존질환(MRD) 사용을 지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FDA 자문위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다발골수종 임상시험에서 MRD를 평가지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12대 0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결졍은 미국 마이애미대 실베스터종합암센터(Sylvester Comprehensive Cancer Center) 올라 란드그렌(Ola Landgren) 박사팀의 연구와 i2TEAMM(다발골수종의 미세잔존질환 평가변수 승인을 위한 국제 독립 팀)에서 진행한 연구를 근거로 이뤄졌다. FDA가 자문위 의견을 수용해 MRD 사용을 채택하면,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제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다발골수종에서 신속 승인을 받기위해 허가된 평가변수는 혈액 바이오마커와 기타 데이터에 기반한 전체 반응률(ORR)이었다.
란드그렌 박사는 "ORR 평가변수를 달성하는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임상시험에서 신약이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이점을 보여주기 위해 연구자들은 무진행 생존(PFS)이라는 임상 결과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신약이 이 기준을 통과하려면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더 이상 신속 승인 경로에서 ORR을 통해 새로 진단된 다발골수종 환자를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ORR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객관적인 조기 평가지표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회의에 앞서 발표된 FDA 브리핑 문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15개 신약과 20개 이상 신규 적응증이 다발골수종 환자 치료를 위해 승인됐다. 그 결과 전체 생존율(OS)을 포함한 모든 치료 환경에서 환자 치료 결과가 크게 개선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발골수종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59.8%에 불과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하다.
FDA는 "최근 임상시험에서 PFS와 OS 결과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새로 진단된 환경에서 높은 ORR이 입증됐고, 재발성 또는 불응성 환경에서도 높은 ORR이 보고됐다"면서 "잠재적으로 약물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ORR 이외의 평가변수를 개발하는 데 관심 있다"고 밝혔다.
ORR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질병이 50%만 감소하면 된다. 그러나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ORR의 한계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악성 세포의 존재를 감지, 다발골수종에서 MRD를 평가할 수 있게 됐다.
MRD 측정 기술을 사용하면 혈액이나 골수에서 종양 세포를 100만분의 1의 민감도로 검출할 수 있다. 2018년 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DNA 기반 검사도 있다. 현재 다발골수종 임상시험에서는 MRD를 일상적으로 검사하고 있고, 의사는 이 측정값을 사용해 치료 결정을 내린다.
FDA는 "여러 연구와 메타분석을 통해 다발골수종에서 MRD의 예후적 가치가 보고됐다. MRD 음성 달성은 임상 반응의 깊이와 PFS 및 OS 연장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란드그렌 박사팀은 지난해 다발골수종 환자 8000명 이상이 참여한 1616개 연구를 평가하는 EVIDENCE 메타분석을 완료했다. i2TEAMM팀 역시 10년간 다발골수종 약물의 승인을 가속화하기 위한 평가변수로 MRD의 사용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 세트를 수집해다. 두 연구 그룹의 메타분석 결과 MRD와 PFS, OS 사이에 강력한 개인 수준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브리핑 문서에서 일반적으로 MRD가 개인 수준에서 임상적 혜택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지표라는 데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두 연구팀이 제안한 방법론은 전반적으로 합리적이지만 결과를 해석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이 메타 분석에 포함된 대표적인 치료 유형은 주로 저분자 및 단클론항체며, 키메라항원수용체(CAR) T 세포 치료제에 대한 평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관찰된 상관관계가 새로운 유형의 치료법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또한 포함된 임상시험 대부분은 9개월 또는 12개월 MRD 비율을 주요 2차 평가변수로 평가하지 않았다. 이에 향후 이러한 평가변수를 1차 또는 주요 2차 평가변수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어느 정도의 결손을 기대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이 외에도 분석법 및 분석법 민감도는 임상시험마다 다양했고, 임상시험 설계가 달라 평가 시간, 후속 조치 기간 등 차이가 많았으며, 환자 집단도 임상시험마다 다양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