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주 80시간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가 제일 큰 고민이다."
대한병원협회 홍정용 신임 회장이 1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전국의 수련병원들은 전공의특별법안이 제19대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17년 12월 23일부터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 80시간 초과할 수 없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전공의 수련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입원전담 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와 같은 추가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게 다 결국은 '돈'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회장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이제 내과계통 전공의 수련을 4년까지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면서 "4년차가 되면 다 (전문의 시험 준비 때문에) 들어가 근무하기도 어렵다. 수련기간을 3년으로 하고, 1년을 펠로우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기자들에게 고백했다.
현재 내과학회 등은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 회장은 "(펠로우는) 시간적으로 병원 일을 더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홍정용 회장은 병원협회가 마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걸림돌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홍 회장은 "전공의 수련환경에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문제는 전공의가 피교육자이면서 근로자 신분이라는 점"이라면서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하면 우리도 지키고, 전공의 역시 대학원 등록금 정도의 수련비용을 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어떤 나라는 국가에서 수련비용을 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국가에서 대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협을 배제하면 누가 수련을 시키느냐"면서 "그렇다고 국가에서 예산을 많이 투자할 것도 아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상의해 나가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협회 수장이 전공의를 '일꾼' 정도로 인식하고, 마치 수련병원들이 공짜로 전공의 수련을 시켜주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논란의 소지 여부를 떠나 향후 전공의 수련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수가로 병원 경영할 수 있는 환경 되면 좋겠다"
한편 홍정용 회장은 "의료계 단체간 서로 이해상충이 분명히 있지만 의견이 일치되는 거라도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상충되는 것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의료계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가로 병원을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며 "중소병원의 가장 큰 어려움은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인력 수급난인데 임기 안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의약분업을 선택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소신도 언급했다.
그는 "국민들이 의약분업의 불편을 감수해 왔는데 이제 돌아볼 때가 됐고, 헌법소원도 생각해 봤다"면서 "병원인들은 현 제도를 부당하게 생각하고, 선택분업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현실의 벽을 어떻게 넘을까 검토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