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농성 관절염 상태가 위중한 환자가 수술 직후 사망하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며 기각했다.
문제는 앞으로 환자 측이 사망으로 인한 의료분쟁 조정 신청을 할 경우 해당 의료진이 무과실을 주장하며 불응하더라도 조정 절차가 자동개시 된다는 점에서 이런 의료분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A씨는 2014년 10월 신경외과의원에서 좌측 슬관절 연골주사를 맞은 후 통증과 부종, 열감, 천자 검사상 농양 등이 발견되자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신경외과의원의 진료의뢰서에는 '3일 전부터 좌측 무릎의 통증이 갑자기 악화됐고, 좌측 경골의 과거 수술 부위 아래 상처가 부어있는 등 염증 소견이 있으며, 좌측 슬관절에서 추출한 관절액에 농양이 있으며, 경골 수술 부위에서 삼출물 소견이 있다'고 기재돼 있었다.
B대학병원은 문진 과정에서 A씨가 고혈압,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평소 상처 부위에 감염이 자주 발생했고, 내원하기 2개월 전 뇌경색이 발생해 좌측 상지 및 하지 위약감, 구음 장애 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내원 전날 연골 주사를 3회 맞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검사 결과 관절이 심하게 부어 있었고 ▲혈액내 백혈구 수치 18,390(정상 범위 4,000~10,000) ▲CRP(C반응성단백) 수치 41.38(정상 범위 0.3 이하) ▲관절액 백혈구 수치 287,500(정상 범위 200 이하)으로 나왔다.
의료진은 패혈성 화농성 관절염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 감염된 슬관절을 절개해 농양을 제거하고, 세척하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A씨는 수술 직후 38도 이상의 고열 증상이 지속돼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수술 다음날 사망했다.
그러자 유족은 B대학병원이 사망 위험이 높은 전신마취수술을 강행했고, 수술 이전 감염내과와 협진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패혈증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의료진이 보존적 치료가 아니라 수술을 시행한 것이 의사로서의 합리적 재량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마취과의사가 전신마취를 한 점, 수술 이전 감염내과와 협진하지 않는 점 등도 의료상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환자는 수술합병증 또는 전신마취합병증으로 사망한 게 아니라 병원에 내원하기 전에 이미 발생한 감염이 전신으로 퍼진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했다"면서 "의료진이 전신마취로 인한 사망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 등에 해당하면 의료기관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분쟁조정절차가 자동 개시되도록 했다.
현재는 환자 측이 분쟁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의료기관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분쟁조정 절차가 개시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의료분쟁조정법이 개정됨에 따라 환자 사망으로 인한 이런 분쟁조정 신청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