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우정바이오, '신약개발의 대가' 배진건 박사 영입을 통해 신약클러스터 본격화”라는 제목의 기사가 지난 7월 16일 일제히 언론에 나오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7월 칼럼의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무엇이고 단장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기사에 따르면 우정바이오가 신임 고문 및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이하 '우신클') 기술평가단장으로 필자를 영입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우정바이오는 1989년 창업 이래 30년간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 인프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바이오 1세대 기업으로 대학, 제약사, 출연연구소, 병원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기존 동물모델 CRO사업과 바이오 인프라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탄테크노벨리에 스타트업들이 한 장소에 모일 수 있는 첨단 신약개발 클러스터를 건축 중에 있다. 미국 보스턴의 ‘Lab Central’과 같이 한 건물 안에 바이오텍 인큐베이터를 겨냥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정바이오 천병년 대표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천천히 서둘러야 된다는 배 고문의 철학을 '우신클'을 통해 펼쳐 보자는 비전에 서로 공감해 함께하게 됐다"며 "배진건 기술평가단장의 영입을 통해 바이오 창업기업의 수준 높은 기술 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선별 후 투자 및 공동개발이라는 '우신클'의 목표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8일 칼럼에 필자는 이렇게 밝혔다. "아직 더 영글어야 할 바이오에코시스템은 '스타트업 인큐베이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판교의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 5개 스타트업이 입주했지만 정말 좋은 코칭과 비싼 장비를 공유하고, VC 투자 등 보스턴의 'Lab Central'같은 진정한 스타트업 인큐베이션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스타트업 인큐베이션’의 필요를 느끼던 필자가 한국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민간 주도형 신약클러스터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천 대표로부터 직접 듣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이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관에서 주도한 인큐베이터가 생겼지만 장소의 공급이라는 부족한 면들을 경험해 왔따. 이에 이제는 '우신클' 같은 민간클러스터가 장소의 공급자를 넘어 동물모델을 기초로 제공하고, 더 빠르게 스타트업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도적인 역할을 헤나가야 할 시기다.
여기서 해야 할 평가(評價,Evaluation)란 무엇인가. 평가는 어떤 대상의 가치를 규명하는 일이다. 교육에서 평가는 성과의 판단이지만, 신약개발에 있어서는 과제의 우열이나 기술의 차별성 등 여러 다른관점으로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우신클' 기술평가단장으로 임명된 것의 기초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에서의 경험 때문이라고 본다. 2011년 KDDF가 출범하자 초대 사업단장 이동호 박사는 경쟁자였던 필자를 투자심의의원에 임명했고 더구나 직접적으로 과제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했다. 2011년 시작한 한독 상임고문의 직책이 오픈 이노베이션 그룹(OIG)을 맡았다. 또한 2013년부터 제약산업 육성 펀드를 받은 여러 투자 회사들이 필자를 평가위원으로 초청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무수히 많은 기술평가를 해온 역량을 앞으로 ‘우신클’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래서 바이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사이언스에 집중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드릴 것이다.
‘우신클’ 평가단장 뉴스가 나온 이틀 뒤인 18일 오전 뉴스가 바이오업계의 분위기를 바꿨다. 작은 뉴스부터 먼저 다루면 국내 신약개발기업 메드팩토가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드팩토는 기술성평가를 진행하는 전문평가기관 2곳(한국기업데이터, 이크레더블)으로부터 A, A 등급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기술성 평가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 뒤 곧바로 재도전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 자격을 획득했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는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기술력이 높은 업체에 상장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이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첫 단계인 기술성평가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2곳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 BBB 이상 등급을 받으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 자격을 얻는다.
메드팩토는 올해 초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 절차를 진행해왔는데, 지난 5월 기술성평가에서 A, BB 등급을 받아 탈락하면서 고비를 맞았다. 기술성평가 탈락 기업은 6개월 이후에 재신청이 가능한데 메드팩토는 평가등급 차이가 2등급 이상인 경우에는 유예기간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규정을 활용해 곧바로 재도전해 성과를 냈다. 5월과 7월 평가의 차이점은 한 평가기관으로부터 BB가 A로 바뀐 것인데,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큰 뉴스는 브릿지바이오의 소식이었다. 이 회사는 글로벌 빅파마인 베링거잉겔하임과 선급금 600억원을 포함해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아웃을 이뤘다. 업계를 흥분하게 하는 이런 밝은 뉴스의 이면에 두번이나 브릿지바이오를 기술성평가에서 떨어뜨린 기관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4월 BB와 A등급을 평가받아 탈락했고 올해 5월에는 BBB를 두 개나 받아 탈락했다. 지난해는 그렇다 치고 올 5월의 평가는 올바른 평가이었나 질문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가 아니라 올 5월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술 수출된 BBT-877에 대한 BI의 마지막 마무리 단계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나라 시장의 평가가 글로벌 제약사의 평가와 어떤 갭(gap)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통한 숫자 평가에 그친 것은 아닐까, 혹은 어떤 바이어스에 빠져서 발목을 잡힌 것은 아닐까 시사점을 준다.
이번 18일 두 뉴스를 보면서 필자가 새로 맡은 ‘우신클 기술평가단장’ 이란 직무가 얼마나 중요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직무인지를 다시 깨달았다.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사이언스를 배경으로 제품을 개발해야 하고 무엇에 어떤 차별화가 중요한지를 초기 단계에서 올바르게 서로 인식해야 한다.
올바른 평가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우리 전체의 고객(customer)인 빅파마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올바른 평가라고 생각한다. 한편 평가자도 피평가자란 생각을 지녀야 한다. ‘코람데오(Coram Deo)’, 하나님 앞에서 내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