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응급실 대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선 응급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선 전공의 없이 맞이할 추석 연휴가 큰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설날, 추석 등 명절 연휴에는 응급실 내원 환자들이 평상시 대비 크게 늘어난다. 장염, 복통, 열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져서다.
명절 응급실 내원환자 평시 대비 1.2~1.6배…이번 추석은 전공의도 없어
실제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23년 설 연휴 응급실 내원 건수는 8만 6000여 건으로 설 전날 2만 1000여 건, 설 당일 2만3000여 건, 설 다음 날 2만 4000여 건이었다. 명정 당일과 다음날의 경우 평일의 1.6배, 주말의 1.2배에 달했다.
응급의학과 입장에서 명절은 늘어나는 환자에 더해 타 과 인력이 최소화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응급환자를 받더라도 최종 치료를 담당해 줄 인력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절 기간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매년 있는 일이지만 올해 추석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예년과 달리 전공의 없이 응급실을 운영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전공의 하반기 모집을 통해 사직 전공의들 일부가 복귀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제 복귀율은 1%대에 그쳤다. 8월 안에 재모집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교수 등 전문의 추가 사직 조짐…코로나 입원환자도 4주 새 5배 증가
전공의 복귀가 요원한 가운데 최근 다수의 병원들에서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들마저 이탈하고 있다. 이에 의정 갈등 전까지만 해도 여러 명의 전문의와 전공의들이 지키던 응급실은 이제 전문의 1~2명이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상급병원 응급실들은 이미 망가진 상태다. 주말에도 난리인데, 추석 명절을 맞이하면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명절을 앞두고 병원을 그만두겠다는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그라들었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5.1배 증가했다. 전국 200병상 이상 병원급 표본감시기관 2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신규 입원환자는 7월 1주 91명이었는데 8월 4주 465명으로 크게 뛰었다.
추석 연휴 늘어나는 환자에 코로나 유행까지 겹칠 경우 응급실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그저께 당직을 서면서 열나는 환자를 7~8명 봤는데 그중에 코로나 환자만 3명이었다”며 “지금 상태로 추석 연휴를 맞으면 환자들이 응급의료 이용에 지연과 불편을 겪는 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