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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리 목적 동반되지 않았다면 본인부담금 할인, 의료법 위반 아니야"

    의사·직원 가족 등 할인 무죄...불법 행위는 환자 유인 명확하고 의료시장 질서 해쳐야"

    기사입력시간 2020-11-26 07:24
    최종업데이트 2020-11-26 07:24

    판부가 눈여겨 본 대목은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 여부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영리 목적이 동반되지 않은 의료기관의 단순한 환자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는 환자 유인행위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12일 영리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했다는 의료법위반 혐의로 재판부에 넘겨진 안과병원장 A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4년부터 약 6년간 206회에 걸쳐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감면, 총 400여만원을 할인해준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병원 소속 의사와 직원, 가족과 친인척, 진료협력계약을 체결한 협력병원 직원과 가족들에 한해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줬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따르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혹은 알선, 유인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 같은 법률 내용이 그대로 적용돼 A씨는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번엔 재판부가 본인부담금 감면 행위만 가지고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유인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재판부가 눈여겨 본 대목은 해당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 여부였다. 

    특히 재판부는 본인부담금 감면 행위를 금지하는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려면 기망이나 유혹의 수단으로 환자가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환자 유치 과정에서 환자나 브로커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본인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적 가치의 영역이라고 해석된다"며 "검사는 본인부담금을 임의로 감면해주는 것을 허용하면 결국 요양급여비용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행법 체계는 요양급여비용의 적정성 평가, 부정한 비용 징수 절차를 통해 통제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을 뿐 본인부담금 감면 자체를 통제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예외사유는 영리 목적 유인행위로 인정될 때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바로 영리 목적 유인행위로 의제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A씨의 병원의 감면 대상 범위와 감면 횟수 등을 고려할 때 의료시장의 근본 질서를 흔들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고 감면기준 적용이 자의적으로 보이긴 하나 그 역시 의료시장 질서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