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의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에 돌입한 가운데, 이들 중 일부가 서울권 의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의대 정원에 따라 이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뒤따른다.
24일 의대생 관계자 A씨는 "주변 의대생 일부가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들도 마찬가지"라며 "지방 의대생은 인서울 의대를 가려고 하고, 인서울 의대생은 소위 빅5 의대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까지는 서울대 일반학과에 합격했어도 서울대를 포기하고 지방의대를 갈 정도로 의대는 학벌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의대정원이 2000명이나 증원되고 지방의대의 지역인재전형이 늘어나면 의사 사회에서 학벌이 중요해질 수 있다. 그러면 지방의대 출신은 힘들어질 것 같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라고 전했다.
의대생 학부모 B씨 역시 "자녀가 휴학하고 수능을 다시 본다고 한다. 현역 의대생들이 대거 수능을 보면 정원이 늘어난 만큼 상대적으로 전년 입시보다 쉽게 상위권 학교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지방의대 중도포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대 중도탈락자는 2018년 115명, 2019년 185명, 2020년 173명, 2021년 203명, 2022년 179명 등이었다. 이중 지방권 의대가 전체의 70% 이상이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올해 입시결과 역시 지방권의대 학생들의 이탈이 다소 보여지고 있다. 정시 합격자들이 추가합격 통보를 받은 학교를 보면 지난해 비수도권 4개 학교에서 올해는 6개로 늘었다. 지방권 의대생들은 더 탈출을 하고 그만큼 추가합격 인원이 생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의대 중도탈락은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발생한다"며 "2025년 의대정원이 확정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정원에 따라 지방의대의 이탈이 추가로 늘어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진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오히려 주요 의대 쏠림 현상을 유도하는 반면, 의대 입시를 목표로 하는 입시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입시카페에서 C씨는 "의대증원이 대부분 비수도권에서 이뤄진다는 이야기에 초등학생이 벌써부터 지방으로 유학간다고 한다. 이를 노리는 입시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다른 입시 카페에서 D씨는 "갑작스런 의대증원 2000명은 너무 과도한 규모다 보니 주변에 SKY에 간 학생들도 학교를 걸어두고 재수하겠다고 한다"며 "역대급 N수생이 나올 수 있는데 정부 정책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22일 학원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의대 입시반 운영과 고액 교습비 징수 등의 행태를 단속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학원가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입시경쟁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지금부터 의대정원을 확대해봐야 의대 졸업과 전공의 과정 수료를 합치면 10년 뒤에나 의사가 양성된다. 당장 혜택을 보는 건 사교육 시장밖에 없어 보인다"라며 "현 의대생들도 빠르게 의사가 되는 게 아니라 휴학을 하거나 재수를 하면서 빠져나가고, 전공의들도 대거 사직한 상황에서 의대 증원이 정말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