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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집단휴진이 공정거래법 위반?…"2014년 휴진 판례·전회원 투표보면 위법 가능성 낮아"

    휴진으로 가격 제한 불가능해 공정거래법 위반 아니야…73% 참여율 나온 전회원 투표도 의협에 유리

    기사입력시간 2024-06-11 13:32
    최종업데이트 2024-06-11 13:5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 휴진이 공정거래법 위법 소지가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는 의협의 집단휴진 참여 강제성 입증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법률 위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눈치다. 

    공정위, 의협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검토 예정

    정부는 의협 집단 휴진이 진행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0일 "불법 집단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의협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관련한 법적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원회는 의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 제26조 1항1호와 1항3호 등은 사업자 단체가 소속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막고 있다.

    만약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경우, 의협은 최대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의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여받게 된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법원은 "의협이 휴업불참 의원에 대해 파업을 설득하고 전국적 규모로 규찰대를 조직해 휴업에 참여하는 의사들을 감시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이 성립됐다고 봤다. 다시말해 의협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의료기관 간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2014년 집단휴진서 의협 무죄 이유…미휴진 의원이 더 높은 진료비 요구 못해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번 2024년 의협의 집단휴진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최종 판결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판단의 중심엔 '2014년 원격진료 반대 집단휴진'에 대해 대법원이 의협의 무죄를 선고한 판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에도 공정위는 2014년 3월 집단휴진을 진행한 의협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또한 공정위는 당시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기획이사에 대해서도 독점규제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그러나 2021년 9월 대법원은 2000년 판례를 뒤엎고 집단휴진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려면 의협이 의사들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해야 하지만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휴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이 이전보다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의협이 진행한 집단휴진이 회원들의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견해였다.

    대법원은 "휴업이 의료서비스의 가격과 품질 등의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며 "일부 소비자가 불편을 겪은 사실만으로는 휴업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당시 사건을 맡은 김성훈 부장판사는 "의협이 휴업 결의를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하긴 했지만 직접 휴업을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다"며 시장 제한에 대해서도 "파업으로 가격을 제한할 수 없다. 환자들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은 있지만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형사재판 역시 '의협이 의사들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았고 휴진을 강요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당시 의협 집행부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2014년 의협 집단휴진 판례를 보면 이번 집단휴진 과정에서도 같은 혐의인 공정거래법 위반은 입증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의협 이재희 법제이사(법무법인 명재 대표변호사)는 "2000년 당시 공정거래법 위반이 나온 이유는 참여하지 않는 회원 리스트를 만드는 등 강제적 요소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회원들에게 심리적 압박만 가해도 강제성이 입증돼 위법이 된다. 이번엔 (그런 것들이 없기 때문에) 강제성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회원 투표서 73% 넘는 참여율도 회원 '자발적' 참여 근거될 것

    의협이 지난 6월 4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집단휴진 관련 전 회원 투표 역시 '의협이 집단휴진을 강제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의 쟁점은 '강제성' 여부다. 의협 등 사업자 단체가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소속 개원의 회원들을 압박하거나 불이익을 줘야 법 위반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강경 투쟁 찬성이 90.6%에 달하고 실제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회원이 73%를 상회하는 것으로 투표결과가 나오면서, 투표 결과가 의협이 휴진을 강제한 것이 아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한 것이라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의협은 2000년, 2014년, 2020년 등 집단휴진 상황을 겪으며 내부적으로 법률 위반 소지에 대해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박지용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려면 의협이 얼마나 회원들을 강제적으로 동원했느지를 얼만큼 증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공정위 입장에선) 외관은 자발적 참여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휴진의 방법이나 양상 등을 놓고 강제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의협이 내부적으로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들에게 불이익 등을 예고하고 있는지 등도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여러가지 것들을 종합해 강제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