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암과 관련된 유전적 돌연변이는 어린 시절 또는 출생 전에 발생할 수 있으며, 암 증상을 유발하기 전 수년간 체내에서 증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0명을 대상으로 혈액암의 유전적 기원을 추적한 이 연구는 암 경고 사인을 훨씬 일찍 발견하고 잠재적으로 암 발생을 예방하거나 늦추기 위해 개입할 수 있는 미개척 기회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 웰컴생어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 및 케임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 지오티 낭갈리아(Jyoti Nangalia) 박사가 8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0) Late-Breaking Abstracts 세션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76세 사이의 필라델피아 음성 골수증식종양(myeloproliferative neoplasms) 환자10명의 골수와 혈액 샘플을 분석했다. 이 암은 대부분 환자에서 JAK2V617F라는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연구팀은 JAK2V617F와 기타 암 관련 변이 및 사람이 평생 자연적으로 획득하는 수십만개의 기타 변이를 분석해 서로 다른 혈액 세포 계통을 배아 발생까지 추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환자가 JAK2V617F 및 기타 중요 변이를 획득한 시간을 추정했다.
연구 결과 환자 10명은 수십년이 지나 임상 질환이 나타났음에도 최초의 암 관련 변이는 태어나고 몇주 후부터 어린시절의 첫 10년까지만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낭갈리아 박사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면서 "한 환자에서는 진단받기 50년 전에 JAK2 변이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암은 발생 후 몇년 이내에 진단된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생애 초기에 단일 세포가 암 관련 변이를 획득한 다음 수십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해 궁극적으로 암으로 이어지는 보다 점진적이고 평생의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낭갈리아 박사는 "이러한 암 관련 변이 중 일부는 건강한 개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견돼 노화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하지만 노화 자체가 이러한 성장을 주도하지는 않는다. 클론이 성장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때로는 성장하는 클론이 도중에 추가로 암 관련 변이를 포착해 성장을 가속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환자들에게 과거에 얼마나 많은 암 클론이 존재했을지 계산한 결과 이러한 클론이 진단 전 최대 10~40년까지 검출 가능했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변이를 탐지하는 것 외에도 변이된 클론이 성장하는 속도는 암 발병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지금보다 훨씬 일찍 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식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다양한 암 성장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이해하고 암 관련 변이가 있는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고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여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이번에 사용된 암의 기원을 정확히 밝히는 방법이 다른 변이와 다른 혈액암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낭길리아 박사는 "다양한 암 발생 시기를 이해하는 것은 조기 암 발견 및 예방을 목표로 하는 노력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