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아이가 고열로 응급실에 실려 왔습니다. 심한 탈수 증상으로 수액치료가 필요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뒤늦게 병원에 와서 본인이 한의사라고 밝혔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직접 아이를 치료할 수 있다며 병원의 모든 검사와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이어 아이를 데리고 귀가해버렸습니다. 아이는 이틀 뒤 계속된 고열로 다시 병원에 왔고 중환자실에서 2주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 겨우 회복됐습니다.
#엄마 젖을 먹는 2개월 아이는 고열로 병원에 진료를 보러 왔습니다. 혈액 검사상 간 효소 수치만 상승됐고 다른 특별한 질환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가 한의원에서 받은 한약을 23일째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엄마는 아이 입원 3일째부터 한약 복용을 중단했고, 아이의 간 효소 수치는 정상으로 내려갔습니다. 해당 한의원은 한약 복용이 모유수유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들은 23일 ‘아이를 키우는 모든 어머니, 아버지에게 드리는 대국민 서신문’을 통해 최근 문제시된 인터넷 카페(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안아키)는 아이를 심각한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공의들은 “그들(안아키)이 권장한 아토피 치료와 관리법은 보습제를 바르지 않는다“라며 “그들은 긁어서 상처가 나고 회복하면서 아토피가 낫는다는 등의 궤변을 믿은 아이들은 심각한 피부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그들은 2도 화상 치료는 대중목욕탕의 열탕 온도에 가까우면서 체온보다 높은 40도의 물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라며 “이는 온몸에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을 안겨주며 고문에 가까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그들은 열이 날 때는 관장을 하라고 했고 아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자 결국 대형병원에 이송됐다”라며 “해당 환자는 결국 가와사키병을 진단 받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후유증으로 관상동맥에 부작용이 남았다”고 밝혔다.
안아키는 수두를 자연스러운 항체 형성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행태도 비판했다. 전공의들은 “그들은 수두에 걸리면 파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임을 가졌다”라며 “다른 아이가 그 아이로 인해 수두에 걸리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지식은 철저히 무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아이가 수두에 감염되고 집에서 동생을 임신한 엄마에게 병을 옮긴다면 뱃 속의 동생에게는 선천적인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예방접종은 의사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그들의 주장도 터무니 없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 합의해 지키는 예방접종이라는 집단 면역이 위협을 받는다면 감염병이 대유행하고 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그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근거 없는 치료를 하며 수익을 편취하고 있다”라며 “아이들에게 이런 고통을 줄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전공의들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야 한다”라며 “어머니, 아버지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의학’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을 보호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안아키 대표 한의사 김효진씨는 1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송돼 화제가 됐다. 복지부는 올해 5월 김 씨에 대해 대구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대구 수성경찰서는 이달 6일 김씨를 약사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복지부는 김씨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처분도 내렸다.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벌금형을 받으면 자격정지가 이뤄지고, 징역형을 받으면 면허 취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