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필수 예방접종을 피하고 정말 죽을 것 같다고 여겨지기 전까지 무작정 앓도록 가만히 두라는 등 극단적 자연치유를 주장하는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키우기) 카페가 논란이 되면서 '의료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를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아동 학대 사망 사건 판결 가운데 살인죄가 인정된 것은 단 5건 뿐이었다.
그나마 신체적 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가능했던 판결이다.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아시모) 공혜정 대표는 "의료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도 신체적 학대만큼이나 매우 심각하다"면서 "사회적으로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신고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모는 현재 안아키 운영자인 한의사 김효진 원장을 포함 70여 명을 경찰에 신고했고, 의료방임을 아동 학대로 처벌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내 자식을 내가 때린다는데 왜?' 라는 식으로 자녀를 소유물처럼 여기거나, 훈육이라고 주장하면 학대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울산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망 사건 이후 사회적 인식이 크게 변했다.
수년간 지속해서 폭행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갈비뼈가 16개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에 대해 살인죄가 인정된 것이다.
반면 최근 발생한 안아키 사건과 같은 의료방임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조차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아동복지법 상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방임에는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호·양육·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도 있지만 예방접종을 제때 하지 않거나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공 대표는 "과거 종교적 이유로 자녀의 병원 치료를 거부해 사망하게 한 사건도 있었고, 2014년 옴진드기에 의한 전염성 피부 질환에 걸린 자녀를 민간신앙으로 치료하다 사망하게 한 사건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의료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적 신념이든 개인적 신념이든 아동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차단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그런데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아키 사건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확대되기 전 한 의료인이 뒤늦게 병원을 찾은 안아키 회원을 아동학대로 신고했지만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모는 처벌받지 않았다.
공 대표는 "치료를 받아야 할 아동이 아니라 부모를 기준으로 고의성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고 있음에도 이런 방임에 의한 학대는 부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신체 학대의 가해자들도 모두 자녀를 사랑했고 폭력은 훈육 과정이었지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한다"면서 "아동이 스스로 방어할 수 없음에도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면 이는 분명히 고의적인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전국민 건강보험이 적용돼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된 의료적 치료를 거부한 것은 고의성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공 대표는 "김효진 원장은 현재 맘닥터를 380명 양산했고 이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면서 "이를 막지 않았다면 자연 치유라는 핑계로 의료적 개입 없이 내버려 두는 안아키스트가 수 십만명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의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 대표는 "의사는 아이들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는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내원했을 때 왜 이렇게 늦게 왔을까 하는 생각보다 의료 방임에 의한 학대가 아닌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대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공 대표는 "안아키 회원 중 의료방임에 따르다 결국 대학병원 집중치료실에서 2개월간 입원해 후회하는 부모도 있지만 병원 신세를 지고도 여전히 안아키를 맹신하는 회원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병원에 가기 전까지 아이가 겪었던 고통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본인 고집만 피우는 꼴"이라면서 "카페를 보면 아이가 얼마나 아픈지 병원에 가자고 먼저 말하거나 약을 달라고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모에서 경찰에 안아키 건을 고발하기 전 일반 시민들이 수차례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넣었지만 전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심지어 시민단체 측에서 아동학대와 의료법 위반 사항을 적발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해도 거절하고 경찰에 신고하라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한다.
공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더니 아동학대 판정은 경찰이 아닌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한다고 하고,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복지부 소관인데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더불어 공 대표는 "의료방임에 의한 아동 학대도 신체적 학대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매뉴얼을 만들어놓고 막상 이런 사건이 발생하니 모른 체 하고 있다"면서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은커녕 의료방임이 무엇이고 어떻게 신고하는지 안내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 대표는 "안아키는 엄마가 아이를 제일 잘 아니까 아이의 병도 엄마가 제일 잘 안다고 주장한다"면서 "이러한 맹신이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라는 선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