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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의료보험 제도: 조세 수입으로 재정 늘리고 환자가 직접 의료비 환급받아

[칼럼]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

기사입력시간 22-02-02 08:36
최종업데이트 22-02-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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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프랑스의 의료보험 제도
 
- 프랑스는 사회보험 방식의 의료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전 국민이 보험 가입의 대상이지만 보험 가입자의 직업에 따라 복수의 보험자가 존재한다. 

- 프랑스는 대한민국이나 독일, 네덜란드 등과는 다르게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 의료비 전액을 의료기관에 지불하고 사후에 환급을 받는다. 의료비를 사후 환급해주는 방식을 택하는 국가는 프랑스 이외에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 있다.

- 프랑스는 주치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의와 전문의 누구나 주치의가 될 수 있으며, 16세부터 보험가입자는 주치의를 선택할 수 있고 원할 때 자유롭게 주치의를 변경할 수 있다. 보험가입자는 처음부터 반드시 주치의를 방문해야 하고, 주치의가 상급 병원 진료의 필요성 여부를 결정한다. 주치의를 먼저 방문하지 않고 상급 병원을 방문했을 경우에는 의료비 환급액이 줄어든다.
 
- 프랑스 일반건강보험의 주요 재원은 보험료, 사회보장분담금(CSG), 사회보장목적세(ITAF와 기타로 구분된다.

- 보험료와 사회보장분담금은 국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재원이고, 사회보장목적세는 알콜소비세, 담배소비세, 의약품 관련세금 등의 형태로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재원이다.

- 프랑스는 공적건강보험 재정의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 측면에서 보험료 비중을 줄이고, 재원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에 2002년과 2014년을 비교했을 때 일반건강보험의 건강보험료는 52.0%에서 47.2%로 감소하고, 사회보장분담금(CSG)은 33.3.%에서 33.9%로 비슷했으며, 사회보장목적세(ITAF)는 1.6%에서 14.9%로 증가했다.
 
- 병원급 의료기관의 지불체계는 포괄수가제로 공공병원(비영리 민간병원 포함)은 지역보건청에서 병원이 제출한 자료를 평가해 병원별 예산과 포괄수가(799개 동종질병군, GHM)를 결정하고, 영리 민간병원은 지역보건청이 영리 민간병원과 포괄수가(799개 동종질병군) 계약을 통해 결정하면 보건부장관이 승인한다. 종전에는 총액예산제 방식을 택했으나 2004년부터는 점진적으로 동종질병군(GHM)에 따라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보상하는 포괄수가제(T2A)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 프랑스의 외래 진료 즉, 1차 의료기관의 지불체계는 행위별 수가제다. 외래진료 의사는 의료행위 및 서비스 상환목록(의료행위공통분류표, CCAM)의 코드에 기준해 행위별 방식으로 보상받는다.

- 개원의는 1부문(Secteur 1) 의사와 2부문(Secteur 2) 의사로 나눠지는데, 1부문 의사는 전국협약(convention nationale)에서 정해진 협약 표준요금에 따라 지불 받는다. 2부문 의사는 자유롭게 진료비를 책정할 수 있으나, 1부문 의사와 같이 협약 표준요금만을 보험공단으로부터 지불 받는다.
 
- 보건부의 보험자연합(UNCAM)의 보고서와 각종 전문 기관의 보고서를 참고해 차년도 건강보험 지출목표(ONDAM)의 초안을 제안하면 의회에서 의결해 사회보장 재정법으로 확정한다. 건강보험 지출목표가 확정되면 보건부는 부문별(병원, 의원, 노인·장애인전문 병원 등), 지역별로 목표지출액을 할당하며, 수가협상 과정에서 강제성은 없으나 주요 가이드라인으로 참고되고 있다.
 
프랑스의 의료보험 제도는 전 국민이 가입하며 다수의 공보험자가 존재하는 사회보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만성적인 재정 적자가 해결되지 않고 국민 부담이 늘어나자 재정에서 보험료의 비중은 낮추고, 조세 수입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이는 단일 공보험 체제이면서도 정부의 재정 지원이 거의 없고, 국민들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만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운영하는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도 현재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접세를 보험재정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랑스의 사례를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 보험제도가 대한민국과 가장 다른 점 중에 한 가지는 바로 의료비 사후 환급제도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환자에게 의료행위가 이뤄지면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일정 금액의 본인부담금을 받고, 나머지 급여비용은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를 하는 의료비 청구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가 직접 의료비를 환급 받도록 하고 있어 의료기관의 청구 대행 부담을 줄여주고, 환자로 하여금 자신이 제공받은 의료행위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일 수 있고, 환자가 자신의 의료 선택에 책임을 지도록 해서 의료 이용 시 신중한 판단을 하게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프랑스는 ▲주치의제를 운영하면서도 1차 의료기관에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 ▲영리 병원 설립이나 민간 보험 가입도 허용을 하고 있다는 점 ▲보험재정 지출 목표액을 의회에서 법으로 정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가 계약의 가이드라인으로만 작용하고 있다는 점 등이 특징적인 부분이다. 특히 당초 프랑스 정부는 보험재정 지출 목표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을 반환 받는 제도를 구상했으나, 해당 제도가 헌법 소원을 통해 위헌 판결이 나면서 총액을 강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사례는 의료비 총액을 강제하는 것이 위헌 소지가 큰 정책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으로, 총액계약제를 주장하는 대한민국의 일부 의료 사회주의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