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개원의협의회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헌법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의사 개인신상정보 공개 요청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개협은 “우리나라 국민은 사람의 특정 신분이나 직업에 의해 법적 책임이 더 무겁거나 더 엄격한 처벌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법적 권리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갖는 기본권이며 어떤 이유에서도 절대 침해당하면 안 되는 최고의 가치다. 기본권은 조건에 상관없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받는 사회적 제약보다 얻어지는 공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라 개인정보침해와 자기결정권침해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경우에 ‘신상정보공개법’이 인정된다. 사안이 특별히 위중한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해야 하는 매우 민감한 법”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죄질이 매우 나쁜 성범죄자에 한해 이 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개협은 “공정위는 의료인의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고, 성범죄 등 중대한 법 위반 사실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보공개를 추진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다고 한다. 정부가 그동안 의료인 징계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등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해 소비자피해 예방에 미흡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개협은 “그러나 의사들은 이미 기본권을 무시한 유사한 법들을 통해 대부분의 신분이 노출돼 있다. 이런 법적 요구가 있기 수십년 전부터 스스로 모든 진료에 실명으로 기록하고 서명해서 진료를 책임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명찰을 달기 이전부터 모든 의사들의 가운에는 의사 이름이 새겨져 있고 당당히 진료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의료계는 사회적 합의 또는 편리라는 단순한 이차적 이유로 기본권을 훼손당해 왔다. 이번 공정위와 보복부의 위압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는 환자를 치료하는 ‘선’을 행하는 의료인들이라는 특정 신분을 지목했다. 대부분 진료 행위도중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나는 의료 사고 등을 일반 강력범죄보다도 더 심각한 사회악으로 몰고 있다. 사상 유래 없는 요구를 통해 그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려는 폭거이며 기본권 침해 행위”라고 했다.
대개협은 “일차적으로 공정위의 개인신상 정보공개요구 합리화를 위해 거론되고 있는 성범죄자에 대한 공개는 이미 ‘신상정보공개법’에 따라 신분에 상관없이 형량에 따라 일정 기간 공개하도록 돼있다”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의사라 하더라도 죄를 지으면 예외 없이 법대로 공개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공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의사 신상정보공개를 통해 2차 처벌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국민의 기본 권리의 침해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되도록 최소한의 법으로 최대한의 법치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특정 신분을 지적해 차별적으로 이중, 삼중의 엄격한 법을 적용한다면 이는 특정 신분에 대한 예외적 폭력 행위다. 이번 공정위의 의사 신상정보공개 요구에 경악하며 당장 의사징계 및 정보 공개 요청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했다. 대개협은 “의사의 기본권이 올바로 평등하게 지켜질 때 비로소 환자 진료권과 소비자의 선택권도 제대로 행사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