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실손보험사에 진료기록 전송법안의 폐해
가끔 진료실에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환자나 보호자가 불필요한 이유로 전체 의료기록을 복사해 달라고 할 때다. 정신건강의학과 특성상 환자 면담 내용의 보안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트에 가족도 모르는 환자의 평생 비밀이 담기기 일쑤라,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 중요성을 모르고 쉽게 넘겨주려 하는 이들을 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에, 이런 정보가 문서로 기록되고 제 3자에게 유출돼 본인의 취업이나 보험 가입 등에 제한이 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초기에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질환이 그렇게 방치돼 악화될 만큼 악화돼 병원에 끌려오다시피 하는 환자를 자주 만난다. 그래서 주저함 끝에 어렵사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에게 의료기록은 그 누구도 볼 수 없다고, 제 3자가 개입할 수 없다고 안심시키는 것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러므로 의료기록은 보안이 생명이다. 제 3자가 이것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내 모든 것을 파악한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만큼 그 정보를 탐내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보험회사는 이 정보를 가지고 유리하게 활용할 방법이 많다. 의료기록을 파악해 손실이 예상되는 환자를 미리 선별해 보험 가입을 막을 수도 있고,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손실율이 커지고 있는 실손보험은 더욱 그러하다. 실손보험이 가입자와 회사 간의 사적계약임에도 보험사가 정부에 끊임없이 의료 정보 제공을 요구한 이유다.
이렇게 민감한 의료기록을 제3자에게 손쉽게 전송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 개정되려 한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지난 3월 29일, 환자나 대리인이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진료기록을 제3자에게 전송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 발의의 취지에 대해 “개정안을 통해 진료기록을 활용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등이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철저한 보안이 지켜지면서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각종 서비스들이 개발돼 제공될까. 아니면 환자들을 솎아내고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만드는 각종 허들이 개발될까. 아니면 환자들의 마지막 쌈짓돈까지 박박 긁어내려 하는 사기꾼 업자들이 꼬이지는 않을까.
나는 오늘도 4통의 보이스 피싱과 광고 전화를 받았다. 그들은 내 간단한 개인 정보를 이미 알고 맞춤형으로 나를 꼬드기려 했다. 아마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까지 떠돌고 있을 내 개인 정보가 밑바탕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한번 제 3자에게 유출된 개인 정보는 쉽게 여기저기로 떠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체득하고 있다. 환자가 멋모르고 쉽게 동의해 새어나가게 될 의료기록은 과연 안전하게 유통될 수 있을까. 주민등록번호나 주거지 정도의 개인정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한 정보들일텐데 걱정이 앞선다.
가끔 진료실에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환자나 보호자가 불필요한 이유로 전체 의료기록을 복사해 달라고 할 때다. 정신건강의학과 특성상 환자 면담 내용의 보안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트에 가족도 모르는 환자의 평생 비밀이 담기기 일쑤라,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 중요성을 모르고 쉽게 넘겨주려 하는 이들을 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에, 이런 정보가 문서로 기록되고 제 3자에게 유출돼 본인의 취업이나 보험 가입 등에 제한이 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초기에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질환이 그렇게 방치돼 악화될 만큼 악화돼 병원에 끌려오다시피 하는 환자를 자주 만난다. 그래서 주저함 끝에 어렵사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에게 의료기록은 그 누구도 볼 수 없다고, 제 3자가 개입할 수 없다고 안심시키는 것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러므로 의료기록은 보안이 생명이다. 제 3자가 이것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내 모든 것을 파악한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만큼 그 정보를 탐내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보험회사는 이 정보를 가지고 유리하게 활용할 방법이 많다. 의료기록을 파악해 손실이 예상되는 환자를 미리 선별해 보험 가입을 막을 수도 있고,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손실율이 커지고 있는 실손보험은 더욱 그러하다. 실손보험이 가입자와 회사 간의 사적계약임에도 보험사가 정부에 끊임없이 의료 정보 제공을 요구한 이유다.
이렇게 민감한 의료기록을 제3자에게 손쉽게 전송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 개정되려 한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지난 3월 29일, 환자나 대리인이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진료기록을 제3자에게 전송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 발의의 취지에 대해 “개정안을 통해 진료기록을 활용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등이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철저한 보안이 지켜지면서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각종 서비스들이 개발돼 제공될까. 아니면 환자들을 솎아내고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만드는 각종 허들이 개발될까. 아니면 환자들의 마지막 쌈짓돈까지 박박 긁어내려 하는 사기꾼 업자들이 꼬이지는 않을까.
나는 오늘도 4통의 보이스 피싱과 광고 전화를 받았다. 그들은 내 간단한 개인 정보를 이미 알고 맞춤형으로 나를 꼬드기려 했다. 아마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까지 떠돌고 있을 내 개인 정보가 밑바탕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한번 제 3자에게 유출된 개인 정보는 쉽게 여기저기로 떠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체득하고 있다. 환자가 멋모르고 쉽게 동의해 새어나가게 될 의료기록은 과연 안전하게 유통될 수 있을까. 주민등록번호나 주거지 정도의 개인정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한 정보들일텐데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