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민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부산대는 언제까지 미룰 생각인가? 대한민국 청년들과 젊은 의사들은 공정의 파괴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또 미뤄졌다. 이번이 대체 몇 번째인가. 부산대가 그동안 하염없이 미뤄왔던 '조민씨 의전원 입학취소 발표'를 이번에도 연기했다. 부산대는 3월22일 어제 교무회의를 열었다. 이는 모두들 '시기가 공교롭다'고 평했던 대선 전날 조씨의 청문절차 최종완료일 이후 열린 첫번째 교무회의였다. 부산대가 조씨의 입학 취소 처분 여부를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됐던 날이다. 그런데 이날 교무회의에서도 조씨의 의전원 입학취소는 발표되지 않았다. 부산대가 지난 8월 조씨의 의전원 입학을 취소한다는 예비행정처분을 발표한지 벌써 7개월째다.
이른바 '조국 사태'의 시작은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2019년 8월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모펀드 투자와 딸 표창장 위조 논란 등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다. 여러 의혹 가운데 무엇보다 청년들을 가장 분노하게 한 건 조씨를 둘러싼 ‘입시 특혜’ 논란이었다. 검찰수사과정에서 한국과학기술원(KIST), 단국대, 공주대, 서울대 등 7개 인턴확인서와 동양대 표창장 등의 서류가 모두 허위자료였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조국 사태'에 가장 분노한 것은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2030세대였다. 그 2030세대 중에서도 가장 분노한 이들은 다름 아닌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이었을 것이다. 유죄 판결이 난 조씨의 허위스펙 중에서 특히 '병리학 제1저자 논문'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에 대해 이해하려면 최소한 임상의학을 배우는 본과 2학년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2저자가 아닌 제1저자가 되기 위해서는 논문 작성에 기여도가 가장 높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임상경험이 있어야 하고 최소한 전공의 수준이어야 가능하다. 이 수준에 과학영재도 아닌 외고 학생이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해당 논문을 등재한 단국의대 지도교수는 조민씨를 제1저자로 등재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의과대학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면 의사가 될 학생에게 자긍심을 심어줘야할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이 힘들게 배우는 의학은 외고 학생이 이미 통달했다'고 말한 것이다. 후배들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양심을 어기고 이런 주장을 하다니, 어려운 공부를 한다는 자부심에 차있던 젊은 의사들의 허탈감이 어땠을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1월 27일 대법원은 업무방해와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2심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은 조씨가 대학입시 등에 활용한 7가지 인턴·활동 확인서가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인 지난해 8월 25일, 부산대는 입학서류 허위 기재 등을 이유로 조씨 합격 취소 결정을 내렸다. 다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면 행정처분 결과도 바뀔 수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 이후로도 판결은 뒤집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산대는 아직 발표를 미루고만 있다.
국민들을 가장 분노케 하는 것은 부산대의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 사실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학의 징계 절차와 법원 판결은 엄연히 별개다. 작년 3월 교육부는 법원 판결과 별도로 부산대 학칙에 따라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조씨의 입학 취소 여부 결정은 학교장 권한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징계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전례도 있다.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취소 사건이다. 2019년 성균관대 교수가 딸의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대학원생 제자에게 대필시킨 논문을 제출하는 수법으로 입시비리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이 경우는 부산대의 경우와 달리 재판 중 즉각 입학취소가 결정됐다. 또한 2016년 정유라 씨 사건도 마찬가지로 판결은 2017년에 났지만 이화여대의 입학취소는 그 이전인 2016년에 자체적으로 결정됐다. 이처럼 대학의 징계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부산대와 고려대는 '입학취소 결정은 사법부 최종 판결 이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젊은 의사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냉정하게 말하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상아탑으로서의 자존심은 어디로 갔는가? 학문은 정치로부터 독립적으로 그 가치를 지켜야하고, 그 치열한 과정의 가장 선봉에 있는게 바로 학문 연구의 중심인 대학이다. 그 의무를 져버린 부산대와 고려대는 스스로가 학자를 키워내는 대학으로서의 긍지를 져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미 부산대와 고려대는 수년간 명분 없는 시간끌기를 해왔다. 2021년 예비입학취소 결정 이후 입학취소 확정을 위한 청문회 구성 절차도 계속해서 늦어졌다. 예비입학취소 기자회견 당시 부산대는 최종 확정까지는 약 2~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게 벌써 지난해 8월이다. 그런데 4개월이 지난 2021년 12월 까지도 청문위원조차 구성되지 않았다. 다른 입시비리 처리 속도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연기했다'는 이유 외에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후 겨우 청문회를 꾸렸으나 최근에는 2월에 코로나 방역 상황 때문이라며 청문절차를 연기하는 일까지 벌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오늘, 내일 일이 아니고 2년이 넘었는데 갑자기 어떤 방역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인가. 젊은 의사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부산대가 기어이 이번 교무회의에서조차 결정을 미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도대체 어디까지 자존심을 내던지겠다는 것인가. 대학조차 이제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대한민국 만천하에 선언하는 것인가. 부산대의 이번 발표 연기는 지금 이 순간도 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들, 그리고 의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모독이다. 이는 또한 의대생 뿐 아니라 각자의 목표를 위해 공부하고, 길을 달리고 있는 모든 청년들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현장에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혹은 꿈이 좌절돼서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 청년들이 많다. 부산대는 이들의 눈물에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눈물을 흘리는 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부산대는 국민의 혈세를 직접적으로 지원받는 국립대학이기까지하다. 이들이 국민의 피땀으로 운영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비대위가 조국사태에 대해 내로남불의 계기였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조국 사태가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사실에 여야가 모두 공감한 것이다. 정치적 이념뿐만 아니라 나이, 성벽, 종교까지도 지향하는 바가 다른 모든 국민들도 대한민국이 공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부산대는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조씨 예비입학취소 처분'을 최종 결정해 아직 대한민국의 공정이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