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이후 주요 화두로 떠오른 공공병원 확충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14일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공공의료포럼 제3차 토론회에 참석해 성공적인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의료인력 수급 문제 해결 시급...공공임상교수제 도입해야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인천의료원장)은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며 그 중에서도 의료인력 문제가 가장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의사 부족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인구수 대비 의사수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분포도 개원가나 미용∙성형 분야에 몰려있다”며 그러다보니 코로나19 대응에서도 의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PA 양성화,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 등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PA양성화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더해 심지어 대학 교수는 외래에 앉아 환자를 꼬드겨 입원만 시키고 입원환자는 입원전담전문의가 보고 수술은 수술전담의 중환자는 중환자전담의가 보고 있다. 교수들은 입원시키는 전담전문의가 돼 있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마치 그걸 활성화 하는 게 대학병원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 처럼 호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장기적으론 공공의대∙국립의전원 및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면서도 가장 신속한 공공병원 의사 수급 방법으로 공공임상교수제를 꼽았다.
공공임상교수제는 교육부가 국립대병원에 교수를 신규로 발령해 국립대병원에서 공공보건의료 영역 진료∙교육∙연구를 수행하거나 지방의료원에 파견해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토록 하는 제도다. 시도지사협의회∙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국립대병원협회 등 3개 단체가 공동연구한 결과에 따라 고안된 것으로 세 단체는 내년부터 시범사업 시행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조 회장은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병원은 인력도 없고 중환자를 볼 역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임상교수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충원 방법”이라며 “대한의사협회도 의대정원을 늘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 밖에 성공적 공공병원의 조건으로 300~700병상 규모, 필수의료서비스에 충분한 시설∙장비, 복수이상의 필수의료 분과전문의 확보(60~200명),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기준 이상의 간호사 인력, 시민 요구 수용을 위한 시민 거버넌스 구축 등을 들었다.
인력수급 위해 퇴직교수 활용...농어촌 300병상∙도시 500병상 이상으로 중대형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이정면 연구위원도 공공병원 확충에 있어 의료인력 수급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공공임상교수제와 함께 퇴직 교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위원은 “단기적으론 대학병원 의사를 활용하는 게 좋을 것이다. 공공임상교수제는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며 “퇴직교수를 활용하는 방안도 좀 더 강구했으면 좋겠다. 초고령화 시대에 건강한 고령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매년 퇴직하는 교수들의 수가 상당하다고 하는데 그 분들이 최소 5~10년 정도는 더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의 근무 환경 차이가 있는데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 퇴직을 앞둔 교수들에게 설문조사 등도 진행하며 활용방안을 개발하는 연구를 해본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또한, 현재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를 준정부기구 성격의 가칭 공공보건의료개발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그 안에 잡 센터를 만들어 인력을 각 공공병원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장기적으론 공공의대나 공공의전원이 지역의사제∙지역간호사제와 결합해 공공부문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병원 규모는 도시형은 500병상 이상, 농어촌형은 300병상 이상으로 중대형화 해 규모의 경제가 가능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확충 방안으론 신∙증축과 함께 민간병원 매입 방법도 제시했다.
이 위원은 “쉽지 않겠지만 경역악화로 휴∙폐업한 민간병원을 인수하는 방법이 총 병상관리 측면에서 병상공급을 최소화 할 수 있고, 신축 대비 시간∙비용 절감이 가능해 긍정적이다. 다만, 시설∙장비가 노후화돼있을 경우 미래확장 가능성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예산처에 따르면 4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신축 시 부지매입비를 제외하고 약 2500억 정도가 들어간다”며 “비용 확보는 지자체 역할만으론 어렵고 중앙정부가 중심적 역할을 하며 보조를 충분히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장은 공공의료 철학 가진 사람 한해야...시민참여 보장 필요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황성현 사무국장은 공공병원 성공 여부는 경영진에 의해 판가름 날 수 있다며 공공병원 임원들은 공공의료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초기에 병원을 개원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어떤 사람인가가 절대적”이라며 “공공병원을 만들더라도 경영진이 상급종합병원과 경쟁하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실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 원장은 공공의료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며 “임원이나 원장이 되겠다는 이들은 사전에 공공의료에 대한 일정 교육을 이수하거나 그 정도의 자격이 되는 분들에 한해 취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겉은 공공병원인데 알맹이는 민간병원 같은 병원이 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황 사무국장은 성남시의료원에 사례를 들며 공공병원의 의사 수급을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민들의 참여 보장도 강조했다.
그는 “성남시의료원에는 신경외과가 있지만 척추를 전문으로 보시는 분들만 있고 뇌수술을 할 분이 없다. 산부인과도 부인과를 담당하는 분만 있어 공공병원의 필수의료인 출산, 신생아 진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공공병원 의사수급 책임을 병원에 떠넘기지 말고 함께 책임져야 한다. 공공임상교수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인만큼 시민이 주인이어야 한다. 아무리 공공병원이라도 정치 권력이나 병원 경영진에 따라 공공병원의 공공성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실제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며 “시민참여는 당연히 보장되야 하고, 정보공개도 투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익적 일차의료기관 '종합의원' 확충...의료∙복지∙돌봄 연계된 서비스 제공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 박건희 단장은 공공보건의료 논의에서 일차의료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며 공익적 일차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종합의원의 대대적 확충을 제안했다.
박 단장은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 관리, 호흡기∙감염 클리닉 등 감염병 관리, 복지∙돌봄과 통합적 서비스 제공 등이 현재 부족하거나 불평등하게 제공되고 있는 ‘필수적 보건의료’ 서비스”라며 이같이 말했다.
종합의원은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를 기본으로 다수의 의사들이 함께 일하는 형태다. 지자체나 공공의료원이 직접 운영하는 모형, 공공은 설립만 하고 공간을 민간에 분양 혹은 위탁하는 모형 등이 가능하며, 위탁받는 주체도 지역의사회, 법인, 사회적 기업 등으로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게 박 단장의 설명이다.
건강증진∙질병예방 서비스, 재택의료, 사회복지∙주간보호∙종합재가∙가정간호센터와 협업해 제공하는 통합 사례관리 서비스가 강조되며, 같은 건물 다른 공간에 건강생활지원센터, 가정간호∙방문간호센터, 주간보호센터 등을 함께 유치해 의료 및 복지, 돌봄 서비스를 공간적으로도 연계해 제공하는 구성도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박 단장은 “여러 이점을 위해 공동개업을 하고 싶어고 개인 사업자간에는 수비지 않은 일”이라며 “지자체나 공공의료원과 같은 공공부문은 자금력과 관리역량이 있어 종합의원을 설립하고 관리 운영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혼자 운영하는 의원의 경우 현재 수가체계에서 장시간의 상담과 같은 행위를 제공하기 어렵고, 방문진료 등 각종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할 때도 개인이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반면, 공공부문이 지원 또는 운영하는 종합의원은 의사소득이 준월급제로 보장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시책사업에 참여했다 손실이 발생해도 공적 보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