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의 경쟁 끝에 결국 화이자(Pfizer)가 멧세라(Metsera) 인수에 성공했다. 화이자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통해 화이자가 2028년부터 비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보는 최근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에 밀려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비만과 당뇨병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했고, 릴리는 주사제인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에 이어 경구제인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통해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암젠(Amgen)은 경쟁사들의 기존 약물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겠다는 전략이다.
3분기 실적발표를 전후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을 두고 빅파마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 간의 매출 경쟁은 물론 향후 몇 년 내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후발주자들까지 실적발표를 통해 확고한 전략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화이자 "비만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한 모든 것 갖춰…선도적인 역할 할 수 있을 것"
먼저 화이자는 13일(현지시간) 멧세라 인수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멧세라의 발행주식 전량을 주당 65.60달러 현금으로 인수 완료했고, 이는 기업가치 약 70억 달러에 해당한다. 여기에 몇 가지 특정 임상 및 규제 마일스톤 달성에 연계된 주당 최대 20.65달러의 조건부 가치권리(CVR)가 추가 지급될 수 있다. [관련기사=49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화이자와 노보 경쟁하며 멧세라 인수 금액 치솟아]
업계에서는 노보와의 경쟁에서 화이자가 승리한 이유로 규제 확실성을 꼽았다. 멧세라는 노보 노디스크의 100억 달러 인수 제안이 규제 심사를 통과하는 데 약 2년이 소요될 것이라 판단했다. 반면 화이자는 빠르게 인수를 마무리 지어 이제 멧세라는 화이자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불라 CEO는 "이번 전략적 이정표는 단순한 거래 그 이상으로, 의학의 미래에 대한 신중한 투자"라면서 "멧세라 인수를 통해 가장 영향력 있고 고성장하는 치료 분야 중 하나에 자원을 집중하고, 해당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를 통해 화이자는 ▲3상 개발을 앞두고 있는 주1회 및 월1회 투여형 GLP-1 수용체 작용제인 MET-097i ▲1상 개발 중인 월간 아밀린 유사체 후보물질 MET-233i(단독요법 및 MET-097i 병용요법 평가 중) ▲1상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작용제 ▲전임상 단계의 영양자극 호르몬 치료제 등을 확보했다.
이날 야후 파이낸스 인베스트 컨퍼런스에서 불라 CEO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머리 케어(primary care) 시장을 만든 회사다. 백신이나 심혈관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복잡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방법과 대규모 생산 방법을 알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한 현장 영업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비만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멧세라를 찾은 이유는 그 포트폴리오만큼 진보되고, 고품질이며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월1회 투여 방식의 GLP-1 제품 개발이 이 정도로 진척된 회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만 치료제인 새로운 작용 기전의 아밀린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매우 인상적인 데이터를 발표했고, 이 역시 장기 작용형 월 1회 투여 주사제로 개발 중이다. 두 가지 월간 투여 제품을 결합한 것도 있는데, 최근 데이터를 봤을 때 매우 유망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밀린과 GLP-1 제품 모두 경구용 펩타이드인 경우 공복에 복용해야 하므로 약 복용 후 일정 시간 동안은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 그러나 멧세라의 경구용 제품은 그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크게 차별된다"고 했다.
불라 CEO는 빠르게 움직인다면 2028년에 시장 출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그 때 화이자가 비만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멧세라를 인수하기 위해 자산을 과다 지불했다는 의견에 대해 불라 CEO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불한 금액이 아니라, 우리가 그 분야에서 승리하기 위해 투자할 계획인 금액이다"면서 "우리는 비만뿐 아니라 여러 가지 동반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며 심층적인 개발 계획을 따를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보 노디스크 "비만과 당뇨 및 관련 질환에 집중하는 것이 회사의 새 전략"
화이자에 대항해 멧세라 인수전에 참여했던 노보는 이 시장의 선두주자로,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티드)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위고비의 매출 성장이 둔화되면서 연간 예측치를 하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은 후발주자인 릴리에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비만 치료 부문에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37% 성장한 599억 덴마크크로네(약13조6200만 달러)에 달한다. 분기 매출만 보면, 위고비는 203억 덴마크크로네(약 4조6000억 원)였고, 같은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은 307억 덴마크크로네(약 6조9700억 원)를 기록했다.
노보 신임 CEO인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트다르(Maziar Mike Doustdar)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회사의 새로운 전략은 비만과 당뇨병 및 관련 질환에 집중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 일환으로 3분기 여러 비핵심 자산을 매각했고, 전체 직원의 11%에 해당하는 9000개 일자리를 감축할 계획이다.
일라이 릴리 "5분기 연속 시장 점유율 확대…오포글리프론, 규제 패키지 제출 임박"
릴리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 내 인크레틴 계열 치료제 시장에서 5분기 연속 시장 점유율이 확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릴리는 GIP/GLP-1 수용체 이중효능제 마운자로(Mounjaro, 성분명 터제파타이드)와 젭바운드(Zepbound)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176억 달러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수준으로, 이를 바탕으로 연간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는 3분기 109% 증가한 65억2000만 달러(약 9조5000억 원)를, 비만 치료제인 젭바운드는 184% 증가한 35억9000만 달러(약 5조240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릴리에 따르면 두 제품의 판매량은 60% 증가했다.
또한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을 더 빨리 출시하기 위해 모든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규제 패키지 제출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오포글리프론은 3상 임상시험 4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암젠 "항체-펩타이드 접합체 마리타이드,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방식"
암젠(Amgen)은 아직 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현재 개발 후기 단계 후보물질 마리타이드(MariTide)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암젠 로버트 A. 브래드웨이(Robert A. Bradway) CEO는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현재 이 분야에 진출한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방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해당 프로그램이 타사의 포트폴리오에서 추진 중인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암젠은 4분기 MariTide의 체중 감량 및 제2형 당뇨병에 대한 2상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만성 체중 관리는 물론 심부전 및 기타 심혈관 질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에 대한 광범위한 3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MariTide는 지난해 11월 안전성 우려와 함께 기대 이하의 체중 감량 수치를 보이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그러나 월 1회 또는 더 긴 복용 간격으로 테스트함으로써 틈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암젠에 따르면 MariTide는 기존의 GLP-1 치료제와 달리 이중 특이성 항체-펩타이드 접합체로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암젠 글로벌 커머셜 운영 총괄 부사장인 머도 고든(Murdo Gordon)은 컨퍼런스 콜에서 "MariTide는 시중의 다른 제품들과는 확실하게 차별된다"면서 "우리는 비만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체중 감량뿐 아니라 체중 관리의 의학적 이점을 제공하기 위해 이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