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바이오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주역이 될 의사 창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범부처 전담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연구중심병원을 중심으로 창업을 시도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R&D 지원 및 사업화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혀 해외와 달리 국내 의사 창업 기업의 성공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의사창업연구회가 더케이호텔서울에서 개최한 ‘2022 K-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의사 창업자 육성 필요성이 강조됐다.
발표에 나선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송해룡 교수는 고대의료원 교원 창업 기업인 메디아이오티(MEDI-IoT)의 대표로 지난 2020년 11월 공식 출범한 한국의사창업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송해룡 회장은 지난 2019년 고대구로병원 개방형 실험실 구축단장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빅데이터, AI, 5G 등의 신기술과 연계한 디지털치료제 개발 분야를 맡아 병원기반 창업 혁신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의사 창업자들을 위한 고민을 하게 됐다.
송 회장은 “우리나라도 점차 의사 창업기업 수가 상승하고 있지만 창업 임상의사 간 네트워크는 별로 없었다. 바이오헬스 혁신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병원발 의사 창업 기업을 확대하기 위해 의사창업연구회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게 출범하게 된 한국의사창업연구회는 국내 의사 창업기업,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의사 또는 협업을 원하는 개인 및 기업을 지원하고 공공기관과 관련 단체, 기업이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학술 발표, 멘토링 및 네트워킹을 통한 국내 의사 창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연구회 회원 규모는 발기인 5명을 포함한 이사 10명 이내로 임원진을 구성해 120개의 의사창업 기업의 의사들을 회원으로 갖고 있다.
회원사에는 대표적으로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서정선 교수에서 출발한 마크로젠, 임상병리과 전문의 양윤선 대표가 창업한 메디포스트, 서울대병원 외과 전공의 출신 정희두 대표가 창업한 헬스웨이브, 고대 생명공학부 유승권 교수에서 출발한 스템랩 등이 있다.
자금 조달‧규제 장벽에 창업 좌절…해외는 규제 개혁‧인프라 구축‧중개 연구 촉진
현재 우리나라는 18개 지역에 바이오헬스 클러스터가 마련돼 있고, 10개 연구중심병원, 7개 대학병원 개방형 실험실이 만들어져 클러스터와 연계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송 회장은 “10개 연구중심병원에 총 9년 동안 17개 과제 총 4250억원을 지원한 후 지원 후 특허와 논문, 창업 기업 수는 증가했으나 사업화로의 진행이 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송 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들은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이 없어 고위험에 장기 계획이 필요한 창업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어렵사리 창업을 하더라도 대규모 사업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높은 규제 장벽으로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IPO 이외 투자 회수는 물론 재투자가 미흡해 1세대 성공기업이 없고, 성공 사례가 없다보니 민간 투자도 저조해 투자 자체를 받기가 어려워 창업에 도전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의사 자체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서울성모병원 교수인 아이쿱 조재형 대표는 환자 맞춤형 디지털교육 플롯폼과 스마트 통증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한 사례를 소개하며, 그간 의사 창업자로서 겪은 어려움을 소개했다.
조 대표는 “IT를 하는 사람들은 의학 용어 자체를 잘 모르고, 병원에서 돌아가는 포르세스를 전혀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본인의 구상을 말로 전해 현실로 구현한다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디자인해서 개발까지 가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서로 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현실을 전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승인에서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리고, 임상 근거를 만들기도 어렵다. 만든다고 해서 환자와 의사가 쓰고 싶어할 지 알수 없고, 쓰고 싶다 해도 정부가 돈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
송 회장은 우리나라의 이처럼 열악한 의사 창업 현실과는 180도 다른 해외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의 바이오 성지인 보스턴 클러스터의 경우 용지 200만㎡에 창업 벤처 5100여개가 일하고 있으며 특허 5600여건에 달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는 정부의 규제·제도 개혁과 인프라 구축과 CIMIT(Center for Intergration of Medicine & Innovation Technology)이라는 공동연구단체가 있었다.
CIMIT은 다양한 연구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보건의료 기술의 이전과 산업화를 지원하고, 하버드, MIT 등 대학, 병원, 연구소, 금융기관 과의 중개연구를 촉진해줬다. 무엇보다 임상의사와 기초과학자, 기업의 유기적 체계 구축을 통해 중개연구 아이템 발굴을 촉진하고 있었다.
미래 먹거리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의사의 역할 커…의사펀드, 범부처 육성 전담기구 필요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한호성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우리나라 신성장 동력이 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의사들이 이 분야에서 더욱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반도체 이후 우리나라 최대 먹거리라고 생각한다”며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18.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27년에는 약 6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 정부도 4차 산업혁명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확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 정부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 구축 및 맞춤형 의료 제공 ▲도서‧산간 지역 및 소외계층 대상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 확대 및 정밀의료 촉진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 회장은 “이에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도 연평균 모바일 헬스케어는 18.8%, 헬스분석은 17.4%, 원격의료는 14.9%, 디지털 헬스시스템은 13.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글로벌 원격의료 부분은 30.8% 고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14.9%로 미미한데, 이는 비대면 진료 제한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이처럼 급격한 성장이 기대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동력은 역시 병원과 의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은 산업-학교-연구소-병원을 포함하는 단체로, 연구소와 병원에서 나온 기술과 아이디어가 머리 속에서만 그치지 않고 현실화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송해룡 회장은 “병원에만 있던 의사들이 독단적으로 회사를 만들기는 어렵다. 사실상 혼자서는 거의 실패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공과대학 교수라든지, 생명과학대학 교수들과 특허를 같이 해서 조인트 벤처를 하고, 그 다음에 CEO를 영입해야 한다. 또 의사들이 창업을 하게 되면 선순환으로 병원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디지털 의사펀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 회장은 ”미국은 의사 투자조합이 아주 활성화돼있고 의사 펀드도 크다. 우리나라도 보건산업진흥원이 있지만 결국은 민간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들이 쉽게 따라오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정부 관료는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며 “범부처 의사창업기업 육성 전담기관을 창설해 창업기업에 대한 R&D 과제 및 사업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호성 회장 역시 “정부도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다부처 간 연계 협력을 통해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