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여한솔 칼럼니스트]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이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현대 의학에서는 다루지 않는 모든 종류의 치료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는 현대의학처럼 치료 효과를 주장하지만, 과학적 방법론을 통한 근거가 빈약한 것이 특징이다.
대체의학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의학적 가치가 전혀 없는 사이비 의료로 생각하는 견해부터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견해, 기회가 닿는다면 진료에 이용해볼 생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하지만 논문을 비롯해 어느 검색을 해도 한의학은 현재 과학적으로 검증된 학문이 아닌, 대체의학으로 분류돼있다. 우선 한의학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의료계와의 대화는 의미 없을 것이다.
최근 의료계에서 떠오르는 이슈 중 하나는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의료일원화' 혹은 '의학교육일원화'다. 과연 이 논란이 과학화, 문명화된 사회에서 적합할까 고민해봤다. 결론만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 당장은 단호히 ‘No’이다.
의학과 한의학은 어떤 부분에서도 비슷한 점조차 찾을 수 없다. 둘은 완전히 다른 범주의 학문이다. 학문의 뿌리부터 한의학은 철학을 바탕으로, 의학은 과학을 바탕으로 시작했다. 인간의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보니, 학문의 성장은 더욱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세계 에서유일하게 의사와 한의사가 왜 '의료인'이라는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정부의 관리 하에 면허제도가 유지되고 있는지 아직도 해답을 찾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다르다. 글의 도입부부터 한의사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다름을 표현한 것이지, 한의학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서로 다른 두 학문에 '일원화'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이미 41개 의대는 단 하나의 체계화된 의학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의학교육일원화' 같은 말장난 즉, 겉으로는 일원화지만, 속으로는 한의학의 폐지 내지 한의과대학 교육의 폐지를 언급한다. 한의학 교육을 폐지할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
한의과대학을 없앨 것이라면 의과대학만 남는 것이고 결국 의학 교육만 남는 것이다. 그런데 '의학교육의 일원화'는 대체 무엇을 일원화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말장난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못하는 자세다. 한의학도는 그들의 학문을 배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의학의 문제는 ‘검증’된 학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의사들은 그들의 학문과 완전히 다른 의학의 상병명과 지식을 어설프게 베꼈다. 필자는 의학을 모르는 국민을 상대로 속이기 쉬워 수입될 만한 것들을 빼 내와 팔아치우는 한의사들을 보며 한숨을 쉰다.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에 대한 효용 가치 등 어느 것 하나 분석하고 연구하지 않은 상태의 한약을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 속이고,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펼치며 환자들을 기만하는 한의사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어쭙잖은 지식으로 환자에게 헛된 정보를 설명하며 더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에게 한약을 통해 면역력을 증진해 암을 치료한다며 수천만 원어치 한약을 팔아치우는 한의사를 보며 탄식을 내뱉는다. 어설프게 타 학문의 영역의 책을 검증되지 않은 자들에게 배워 '현대의학 또한 우리도 배웠다'는 오만함으로 초음파 기계를 환자의 환부에 불법적으로 갖다 대고 정맥 동맥 가리지 않고 피를 함부로 뽑아대며 멋대로 설명하는 한의사를 보며 연민을 느낀다.
심지어 한약재 뿌리를 보고 뿌리가 혈관 모양과 유사해 '어혈을 제거 '한다는 약재는 빨간빛이기에 혈(血)에 작용해 양혈작용을 한다고 한다. 뿌리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니 상반신에 영향을 준다는 교육을 듣고 시험지에 답을 자랑스럽게 옮겨적는 한의사들을 보며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밖에 그들의 학문의 전제가 잘못됐고 한의학을 통해 배운 내용을 현대사회에 맞게 증명하고 한의학의 과학화에 힘쓰기를 아끼지 않는 한의사들을 존경한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과자 봉지도 심지어 성분표시가 돼있는데, 의료라고 불리는 영역에서 성분표시, 한약재에 대한 원산지조차도 분명하게 표시하지 않은 채로 유통되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개정하고자 하는 한의사들을 존경한다. 그들 자신의 학문에 자신감을 느끼고 한방보험 분리를 주장하는 한의사들을 존경한다. ‘COPD엔 xx 탕 문구를 버젓이 시내버스에 실은 동료의 광고가 잘못됐음을 지적하며 이를 내려달라 주장하는 한의사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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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일원화, 의학교육일원화 등 불필요한 단어들이 우리 머릿속에서 맴돌기 이전에 의사들이 존경하는 한의사들이 많아지는 한의학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상호 학문 간의 협력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제서야 의학의 울타리 안에 함께 서 공론화를 거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전혀 시정되지 않고 전문의약품을, 한의학에 정맥에 관을 넣어 포도당 수액을 놓아도 된다는 단 한 줄의 학문적 근거 없이 자신들의 마음대로 쓰겠다고 주장하는 모단체를 보며,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복잡한 생각을 한 번에 정리해주는 국제학술지 NEJM(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편집자의 대체의학과 관련한 사설 문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이제 더 이상 대체의학이 무임승차해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을 용납할 때는 지났다. 전통적인 의학과 대체의학이라는 두 가지 의학은 존재할 수 없다. 의학에는 오직 적절히 검증된 의학과 검증되지 않은 의학, 효과가 있는 의학과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의학이 있을 뿐이다. 치료방법이 엄격하게 검증된다면 대체의학이든 아니든 문제되지 않는다. 효과 있고 안전한 치료방법이면 이는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러나 주장, 추측, 증언 같은 것이 증거로 인정돼선 안 된다. 대체의학도 전통적인 치료법과 똑같이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당신들의 치료방법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데 집중해야지, 타 직역 학문을 마음대로 빼내 쓰기에 혈안이 되어있다면, 한의학은 대체의학이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떼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의료일원화는 검증 그 다음이다. 정제된 생약성분의 알약과 포도당 수액, 이제는 에피네프린까지 일단 쓰고 보겠다며 떼를 쓰는 모 단체를 보며 씁쓸함은 좀처럼 지울 수 없다. 이런 이들과 일원화를 논할 수 없다. 법원 판례 따윈 읽어보지도 않나보다. 조선 최고 명의 허준은 18게이지 주사바늘을 써본적이 없는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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