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요양병원 암 환자들이 집회에 나선 이유
지난 21일 암 환자들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에서 집회를 열었다. 환자들이 추운 날씨 속에도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암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대형병원에서 항암제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2. 그 기간 동안 기력저하, 통증, 부작용 등의 문제로 일상 생활이 어렵다.
3. 대형병원은 치료가 끝나면 환자를 즉시 퇴원시킨다.
4. 그래서 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치료 날짜가 되면 대형병원에 가서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고 온다.
5. 암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적용 받고 암 환자 산정특례로 대개 전체 치료비의 5%정도만 부담한다.
6. 그런데 이번 달부터 정부는 건강보험의 이중지출을 감시하겠다는 이유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비용의 100%를 우선 본인이 부담하고 3개월 뒤 환급 받는 방식으로 규칙을 바꿨다.
7. 암 환자들의 치료 비용이 크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액수가 환자들에게 우선 청구되면서 환자들이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거 퇴원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타 병원에 진료를 이중으로 받아 재정을 축내는 환자와 병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가려내는 건 현재도 등급 하향 조정 등의 방식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추가적인 시스템 통합과 정비를 통해서도 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방법까지 동원한 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환자에게 떠넘겨 수요를 줄여 보겠다는 속내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바꾼 규칙으로 인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암 환자의 기준이 질병의 중증도가 아니라 당장의 현금 동원력이 됐다. 3개월 뒤에 환급을 받을 수 있다지만 최소 수천만원의 현금 동원력이 필요한 사람만 요양병원과 대형병원을 연계한 치료 받을 수 있게 됐다. 환자단체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유전입원 무전퇴원’.
정부는 뒤늦게 제도의 허점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빠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