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사진 오른쪽) 총리가 20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해 문형표 장관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는 모습.
"지금 죽느냐, 몇 달 뒤 죽느냐의 문제다."
메르스 확진자가 거쳐간 모 병원의 원장이 한 말이다.
메르스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병의원의 위기는 지금부터다.
환자 감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휴가철 비수기가 다가오고 있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자금난을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정책자금은 '200억원'이 전부다.
그런데 정부가 병의원 긴급경영안정자금으로 투입한 200억원도 허울뿐이다.
대상자는 개인사업자(법인 제외) 병의원 중 지난해 같은 기간 또는 올해 전월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감소한 병의원이다.
대출금리는 2.6%.
전국의 3만여개 의원과 대부분의 중소병원이 대상인 셈이다.
전국의 3만개 의원이 신청하면 의원당 66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의사들은 기껏 200억원을 무상지원도 아닌 대출을 하면서 의료기관당 대출한도를 '10억원'으로 명시한 것에 더 분통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경남의사회 박양동 회장은 "창원만 놓고 보더라도 모든 병의원이 10% 이상 매출이 하락했는데 대출총액은 2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의원당 600만원을 대출하라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메르스 확진자가 입원했거나 경유한 의료기관들은 낙인효과가 적어도 5~6개월 갈텐데 이들에 대한 별도의 자금지원방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면서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메르스 환자와 관련된 의료기관들은 타격이 심각하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A병원.
이 병원의 부원장은 "메르스 환자가 단지 경유했을 뿐 확진자가 나온 것도 아닌데 환자가 절반 가량 줄었다"면서 "며칠 있으면 월급날인데 제대로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B병원 원장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얼마전 은행에 대출 문의를 했더니 '병원 되겠어요?'라고 묻더라"면서 "메르스 환자 확산을 막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는데 돌아온 것은 파산 뿐인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메르스 환자 진료를 거부하면 행정처분하겠다고 해놓고 이들을 진료하다가 직격탄을 받은 의료기관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의료법을 개정해 의사에게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