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부 독립, 복수차관제 신설을 요구했다. 좌로부터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 추무진 의협회장, 박상근 병협 회장.
"중요한 것은 의료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살려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하거나 최소한 보건 차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23일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업무를 총괄하고, 보건의료 업무가 여러 부처에 혼재되면서 보건의료를 중점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전문가에 의한 정책결정이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보건의료 분야 장관 출신이 전무하고, 정치인, 경제 관료, 학자 출신 등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장관직을 맡고 있어 보건의료 관심도가 낮다"고 환기시켰다.
이 때문에 의사협회는 보건부를 독립하고, 최소한 현 질병관리본부의 조직을 청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건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전문가 중심의 부처를 만들어 신종감염병 등이 발생할 경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이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은 복수차관제 도입이다.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전문가를 차관으로 임명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할 경우 여성부 독립 사례에서 보듯이 존재감 없고 힘 없는 부처로 전락할 수 있고, 의료와 복지의 융합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부처를 분리하면 고령사회에서 의료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을 스스로 축소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복수차관제 역시 보건의료 비전문가인 장관과 보건의료 전문가인 차관이 의견을 달리하면 제대로 된 보건의료 업무 추진이 가능하겠느냐는 반론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정책을 담담하는 보건의료정책실을 의료전문가들이 전담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 보건복지부의 역사를 보면 해방 이후 사회부에서 시작됐다.
그러다가 다음해인 1949년 국민보건, 위생, 의료정책, 약무정책을 관장하기 위해 보건부를 신설했다.
보건부에는 의정국, 방역국, 약정국이 자리잡았다.
이후 1994년까지 사회부와 보건부가 다시 합쳐져 보건사회부로 바뀌었고, 1994~2008년까지 보건복지부로, 2008~2010년까지 보건복지가족부로, 이후부터 보건복지부로 개편됐다.
중요한 점은 의사들이 과거 의정국을 진두지휘했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과거 의정국장은 반드시 의사가 맡도록 했다"면서 "이는 의료전문가가 나름의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행정고시 출신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의료전문가들의 힘이 줄어들었고, 결국 고시파에게 전문영역을 빼앗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격상해 책임과 권한을 주고, 사법권까지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울러 보건복지부내 보건의료정책실장과 보건의료정책과, 의료자원정책과, 의료기관정책과, 질병정책과, 공공의료과, 응급의료과 등은 의료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사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