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번에 나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다른 감염 양상을 보이며 빠르게 세계 각국에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하루에 1만명 이상 신규환자들이 발생하며 감염자들 중에서 1000명 이상씩 사망하고 있다.
이 문제를 가장 효과적이고 완전하게 해결하려면 효능이 좋은 백신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백신을 개발하려면 동물실험, 임상시험 1상, 2상, 3상을 거쳐 판매허가까지 5년 이상 소요된다. 동물시험을 건너뛰고 임상시험을 시작한 제약회사도 있고 동물시험을 시작한 회사도 있다. 어떤 경로를 거치더라도 판매승인을 얻으려면 앞으로 최소한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을 개발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동안 사망자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신 외에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2주 전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치유된 사람들의 혈액을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과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조율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간단히 정리했다.
코로나19 여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3월 11일 코로나19를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으로 선포한 이래 중국을 제외하고도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독일, 이란, 프랑스 각국에서 최소한 누적 환자수가 1만 5000명을 넘었다.
신규 감염자들이 늦게 나타나기 시작한 스위스, 영국, 네델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노르웨이에서도 신규감염자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에서도 조만간 1만명을 초과하게 될 것 같다. 이 나라들은 모두 북반구에 위치하며 겨울을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플루엔자처럼 코로나19도 봄이 오면 자연적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며 그렇게 될 것이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남반구에 위치한 오스트레일리아와 열대지방에 위치한 말레이시아에서도 최근 1주일간 매일 100명 이상씩 신규 감염자들이 확진됐다. 아직 누적 환자수는 각각 13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숫자만 보면서 다행이라 여기기 어렵게 됐다. 지질로 싸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은 북반구에서 봄을 지나 여름으로 진행하는 동안 온도가 높아져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스트레일리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증가하는 신규 감염자들이 우리의 바람이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 같다.
겨울에 성행하는 인플루엔자는 매년 7억~14억명을 감염시키며 15만명이상 사망자를 내고 있다. 사망자수가 많기는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①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하여 집단면역이 형성돼 있으며 ②매년 효능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백신들이 개발돼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③3월과 4월 봄이 오면 인플루엔자는 반드시 감소된다.
코로나19도 봄이 오면 인플루엔자와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 혹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됐으므로 사람들 사이에 전염력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이 틀렸던 것처럼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더라도 코로나19의 감염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전혈을 이용해 환자들을 치료해야 할 이유
코로나19 에피데믹 때부터 지금까지 긍정적인 뉴스들이 제법 많았다. HIV 치료용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 치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이는 물질의 재발견,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했다 실패한 렘데시비르를 이용한 임상시험, DNA 백신후보물질의 임상시험, 유사바이러스 혹은 강력한 유전공학 단백질을 이용한 임상시험 계획 등 30가지가 넘는 코로나 관련 임상시험 정보와 뉴스는 많지만 이들 중 지금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방법은 없다.
젊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고 고령환자일수록 증상이 심하다. 정상적인 치료를 받을 경우에는 사망한 환자들 중 20% 이상이 85세 이상이며 10% 정도는 65~84세 사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사망자가 104명 밖에 안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5000명에 다다르고 있으며 고령자들은 치료에서 제외돼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신규 사망자수는 감소하기 전에 계속 더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사망에 이를 중증을 앓고 있는 감염자들을 치료할 약이 개발되지 않았으며 치료약은 아직도 1년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낡은 방법이지만 100여년전에 사용하던 방법을 지금 다시 꺼내 드는 이유다. 치료약이 허가될 때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치유된 사람(이후 '완치자')들의 혈액을 생명이 위급한 감염환자들에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 수 있다.
이 방법은 대구에서 봉사를 하던 친구가 사망하는 환자들을 목격하면서 대구에서 사용할 방법으로 의료진들과 논의한 내용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다양한 분야의 의료전문가들과 함께 완치자들의 혈액을 이용한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임상병리학과, 감염내과, 임상약리학과 전문의 및 GLP 동물 전문가, 미생물학자, 대학병원, 민간기업, 적십자혈액원 등이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차 목표는 각 병원에서 긴급/응급 사안으로 '책임의사(Primary investigator)가 판단해 완치자의 혈액을 채혈하고 선별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수혈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기위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준비된 IRB는 국가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23일 “회복환자의 혈액에서 항체 후보군을 구축하고 항원에 결합하는 300종의 항체를 확보하는데 성공해 치료제 개발의 순항이 시작됐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 환자 면역세포를 수령한 후 3주만에 치료제 개발의 가장 핵심적인 첫 단계를 완료했다"라고 밝혔다.
다행스럽게 우리나라에서는 신규 감염자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경계를 늦출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감염자 한 사람이 지역사회에 감염자들을 양산할 수 있으며, 서울이 중국 우한과 같이 지역적인 에피데믹으로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종교와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한국사회에서 대규모 집회를 막을 법적인 장치를 발동하기 전에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 만약을 대비해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한 치료방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내에 허가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한국 전문가들이 의견을 발표한 며칠 후에 미국에 있는 유명대학인 존스홉킨스(john’s Hopkins University in Baltimore)의 면역학자 아투로 카사데발(Arturo Casadevall) 박사도 같은 제안을 했다. 아마 2주전에 대구에서 발생한 상황과 같이 심각한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구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생존자 혈액을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 따로 연구하거나 개발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혈액은행에서 시행하는 채혈, 혈액검사, 보관, 수혈 방식을 따르면 된다. 책임의사가 코로나에 감염됐다 완치된 사람의 혈액을 기부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도의적인 이유 때문에 채혈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치유된 후 1~3개월이 지난 환자선별, ABO 형 혈액형 검사, PCR 방법을 이용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수혈을 통해서 감염될 수 있는 병 검사, 간염, 매독, HIV등 검사의 필요성은 모든 전문의들이 동의 할 것이다.
수혈할 때 사용하는 것처럼 전체혈액(convalescent whole blood)를 사용할 것인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라즈마(convalescent blood plasma) 혹은 혈장(convalescent whole serum)을 사용할지 전문가들 사이에 토의가 필요할 것이다.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세심한 토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 토의 때문에 시행이 늦어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참고로 존스홉킨스대학과 카네카회사는 각각 혈장과 농축시킨 항체(polyclonal antibodies)를 사용하려 한다.
혈액을 감염병 치료에 사용해 성공한 예
필자가 2주 전 간단히 소개한 이상으로 혈액을 감염병치료에 성공적으로 사용한 예는 많다.
혈장이나 항체를 사용해도 되지만 혈장을 사용하는 것보다 전체혈액을 사용하면 좋을 이유들이 현 상황에서 설득력이 더 큰 이유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혈액은행 가이드만 따르면 되며, 한국에 있는 대학병원은 모두 시행할 수 있다. 둘째,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다. 셋째, 소요되는 시간이 길지 않다. 넷째, 이탈리아와 같이 상황이 긴박한 경우에 이용하기 쉽다. 넷째, 아프리카나 이란과 같이 의료시설이 미비하거나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전체혈액을 사용해 성공한 에볼라 치료를 선례로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1995년 완치자의 전체 혈액을 이용해 8명을 치료했는데 그중 한 명만 사망하고 일곱명이 생존했다(Mupapa et al. 1999. J. Infct. Dis. 179).
2016년에는 43명의 에볼라 감염자들을 완치자의 전체혈액으로 치료했을 때 31명이 생존하고 12명이 사망(사망률 27.9%)했으며, 일반치료를 받은 25명 중 11명이 사망(사망률 44%)해 전체혈액의 치료효과를 보여줬다(Shar et al. 2017. J Infect. 74: 302-309).
지금은 주로 의료시설과 의료전문인들이 많은 선진국에 감염자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국제적인 수출입 규제 때문에 의료보급품이 충분하지 않은 이란에서도 감염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란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감염자수와 사망자수가 축소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아프리카에 이 바이러스가 전파되면 나타나게 될 영향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은 의료시설과 보급품이 한정돼 있는데 급속도로 전파된다면 사망자수가 급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과 상황이 비슷한 나라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에서는 전체혈액을 사용하는 것이 혈장을 사용하는 것보다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세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준운용절차(Standard Operation Procedure)로 임상을 실시해 효능을 공개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바란다.
끝으로 혈액을 이용해 코로나19 중증감염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수고하시는 전문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