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논란
지난 2015년의 일이다. 당시 군대에서 외상 사고가 끊이지 않고 병사들의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국방부는 2018년 국군외상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군외상센터는 2018년 공사를 시작해 2020년 3월 준공됐다. 지하 1층~지상 4층, 중환자 병상 20개를 포함해 60개의 병상과 수술실 3개를 갖춘 훌륭한 시설이 완성됐다. 이 건물을 짓는 데만 446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그러나 준공된 지 1년 5개월이나 지났지만, 이 센터는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시설만 완성했을 뿐, 적절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군의관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외과계열 군의관이 턱없이 모자란 상태다.
이 곳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군병원의 장기군의관 확보율은 매우 저조하다. 장기군의관 확보를 위한 답은 당연히 ‘군의관의 처우 개선’이겠지만 이에 대해 관계부처들이 반대하면서 해결이 막혔다.
군 장교 중 일부를 선발해 민간 의과대학에서 국비로 교육시키고 일정 기간 동안 군의료에 복무시키는 제도도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외과나 외상을 전공하지 않고 군의료와는 일절 상관없는 성형외과, 피부과, 재활의학과로 가버렸다.
텅텅 비어만 가는 시설과 애꿎게 낭비되는 세금, 그리고 개선되지 않는 군의료의 암담한 현실에 현장에서는 ‘처우 개선’을 목놓아 외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지금 공공 의료의 최전선이자 압축판, 미래라 할 수 있는 군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일들은 의료의 심장부를 향해 암세포처럼 번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논해야 할 때, 정부와 여당은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법’을 세계 최초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까지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이런 법 강행으로 인한 수술과 기피 우려에 대해 “이 법안으로 인해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 중증 수술과목들의 의사미달 사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앞으로 필수 중증 의료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했다.
자녀를 학대하던 한 부모의 말이 생각난다.
“아이가 날이 갈수록 말을 더 안 듣는다. 나는 비록 아이를 때리지만, 아이를 사랑한다. 앞으로 아이를 더 아끼고 사랑할 방법을 고민하겠다.”
그 고민의 끝에 올바르고 수정된 행동이 있기를 기대하지만, 그 기대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