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한경국립대가 75명의 교원으로 600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이는 현행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평가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치다.
한경대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공의대 설립 청사진을 공개했다.
한경대 공공의대는 경기 남부 지역 공공의료 체계 개선을 기치로 내걸고 2029학년도 정원 100명의 신입생 선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인재 전형 70%·일반전형 30%로 운영하며 재활보건복지분야 전문인력을 중점적으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측은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근거로 공공의대 설립에 약 911억원, 500병상 규모의 부속병원 설립에 2700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예산은 공공의대의 경우 전액 국고지원, 부속병원은 국고지원 25%·부처와 지자체 등 기타 지원 75%로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교원의 경우 2028년 38명을 시작으로 2033년까지 75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학설립운영 규정상 교원 1인당 학생 수 8명 기준(제원 600명·교원 75명)을 정확하게 맞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해당 계획이 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의평원의 ‘ASK 2019’에 따르면 의대는 전임교원을 최소 110명 이상(임상의학 전임교원 85명 이상·기초의학 전임교원 25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신설 의대의 경우 기존 의대들과 달리 예비인증과 4단계로 구성된 임시인증 기간이 있지만, 임시인증 단계부터는 전임교원 수를 충분히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의평원 관계자는 “ASK 2019의 92개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만 인증이 나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교원 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의평원 평가인증 기준과 별개로 한경대가 계획하고 있는 교원 1인당 학생수 8명은 실제 기존 대학들의 교원 1인당 학생 수와도 괴리가 크다. 교육의 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주요 의대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8명을 크게 밑돈다. 지난 2022년 기준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0명대인 의대도 울산대(0.37명), 성균관대(0.49명), 가톨릭대(0.68명), 차의대(0.79명), 을지대(0.81명), 인제대(0.93명), 한림대(0.98명) 등 7개교나 된다. 서울대 역시 4.97명이고,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건국대도 7.74명으로 8명 미만이었다.
이와 관련 의평원 관계자는 “교원 1인당 학생 수 8명을 기준으로 두고 있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오래전에 만들어졌고, 의학교육 평가 인증과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며 “의학교육은 기초의학, 임상의학이 나뉘고 그 안에서도 분야별로 교수가 다 필요하기 때문에 특수성이 있는데 이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교원 수와 관련해 의평원 기준을 어렵게 맞추더라도 이후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재차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평원 기준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학회에서 요구하는 전공의 수련 과정에 필요한 교수를 맞추지 못할 수 있다”며 “내과만 하더라도 분과가 9개고, 내과학회 평가에 의하면 교육지도 전문의 수만 25명가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