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주 신생아 사망 사건의 여파가 지역 신생아 진료 현장 의료진 이탈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조해중 교수는 11일 열린 산부인과 회복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사건 당시 분만병원에서 전원돼 온 신생아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던 의사가 사직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전주 한 분만병원에서 태어난 아기는 출생 직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원광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 새벽 끝내 사망했다. 해당 분만병원은 아기의 상태가 악화되자 인근 상급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으나, 지역 신생아중환자실(NICU)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만병원 측은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조 교수는 사건 당일 원광대병원도 이미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로 포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병원에는 34주 산모가 진통 중이었고, 33주 산모도 새로 내원해 조산 억제제를 쓰고 있었다. 여기에 인근 개인병원에서 상황이 좋지 않은 36주 산모의 전원 문의가 들어왔다. 조 교수가 신생아실에 상황을 문의했지만 “도저히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 교수는 “(신생아실에)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CPR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무슨 CPR이냐고 했더니 이번에 문제가 됐던 그 아기였다”고 했다.
이어 “그날 저녁쯤 뉴스에서 전주 지역 대학병원과 예수병원에서 받지 못한 신생아가 익산 원광대병원으로 전원됐지만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마치 전북대병원과 예수병원이 잘못한 것처럼 보도됐고, 이후 해당 분만병원에 대한 경찰 수사 보도도 나왔다”고 했다.
조 교수는 “그날 신생아실에서 CPR을 했던 전담의가 사직을 한다고 한다”며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아서 못 하겠다고 한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개별 병원이나 의료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체계 전체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각 병원이 이미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인력 구조 속에서 버티고 있는 만큼, 전원∙분만∙신생아 진료를 지역 차원에서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여러 가지 해결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면서도“전공의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지역 병원들이 함께 당직을 서거나, 개인병원 원장도 고위험 산모를 전원 시킬 때 함께 와서 수술에 참여하는 방식이라도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책임 소재와 수가 등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은 전공의가 들어오기 전까지 그런 방법으로라도 어떻게든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대병원 산부인과 유현주 교수도 지역의 분만 인력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유 교수는 “최근에 서울대병원에 구급차를 타고 갈 뻔한 적이 있다”며 “산모를 수용했는데 신생아실이 도저히 여건이 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에서 수용해준다고 해서 이송하려 했는데 고위험이라 의사가 동승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의사는 나 하나뿐이었고, 서울대병원에서는 인턴이라도 보내라고 했는데 인턴도 없었다”며 “우리 병원은 산부인과에 인턴이 배정되지 않는 날이 있을 정도로 인력 부족이 산부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인력 문제는 이미 개별 병원이 해결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근무하다 사직서를 제출한 김진규 교수는 “5~10년 후에는 다 무너져 있을 것”이라면서도 관련 학회가 대책 마련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줄 것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신생아학회의 경우 지역 TF를 만들어보면 지역마다 요구사항이 다 다르다”며 “학회 차원에서 조율해 5~10년 후에도 이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안과의 경우 개별 행위 하나하나에 수가가 매겨지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며 “신생아 의료 분야도 기존 수가 인상을 주장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수가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