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용 인공신장기 소모품 공급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의사가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게 아니라면 리베이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의료기기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G병원 이사장 김모 씨에 대해 최근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이 선고되자 항소한 상태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종사자는 의료기기 제조·판매·수입·임대업자로부터 의료기기 채택·사용 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 등을 받을 수 없다.
김씨는 2011년 3월 G병원에서 의료기기 수입업체인 P사와 혈액투석용 인공신장기 소모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P사는 G병원에 인공신장기에 사용하는 여과필터와 혈액회로 총 1만 9800세트를 공급하기로 하고, G병원에 인공신장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인공신장기 가동 및 설치에 수반된 배관작업, 전기공사, 목공사 등을 '의료기기 채택·사용 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볼 것이냐다.
P사는 두달간 이들 공사를 한 후 공사대금 4500만원을 공사업자에게 지급했다.
G병원은 공사가 완료될 무렵 바닥, 천정 및 벽지 마감 등 마무리 인테리어 공사를 같은 공사업체에게 발주했고, 그 대금으로 426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이를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으로 판단, 의료법 위반을 적용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위 공사를 리베이트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의료기기 수입업자가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밖의 경제적 이익은 의료기기 판매 목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법원은 "공급되는 의료기기 자체 및 그 운용에 수반되는 물품이나 용역은 의료기기 대금의 정당한 대가로서 금지의 대상인 '경제적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G병원에 제공된 이들 공사는 인공신장기 사용을 통한 소모품 운용에 필수적인 것으로서 소모품 공급대가에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이는 의료법에서 제공이 금지된 경제적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2심 법원은 P사가 G병원을 제외한 42개 의료기관에 5억 5551만원 상당의 투석실 리모델링 공사 또는 TV, 컴퓨터, 환자용 침대 등 병원 사용 비품을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판매 촉진을 위한 경제적 이익'에 해당한다며 P사와 P사 대표 최모 씨에 대해 각각 1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